내정간섭이라고 미 대사 때리던 靑과 與, 입국금지 불만 중국 대사에는 침묵

입력 2020-02-04 17:01
수정 2020-02-04 17:16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4일 한국 정부가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확산을 막기 위해 입국금지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현재 정부는 우한시가 속해있는 후베이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입국 금지 조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싱 대사는 이날 오전 중국 명동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국 조치에 대해 평가하지는 않겠다"고 전제를 달면서도 교역·이동 제한을 권고하지 않는 세계보건기구(WHO) 방침을 언급하며 "중국과 한국은 운명공동체로 서로 이해하고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싱 대사 발언에 대해 "'한중간에 이 문제를 긴밀히 협력해서 풀자'라는 취지로 얘기한 걸로 안다"며 맞대응을 자제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청와대는 지난달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비판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미 관계와는 별도로 남북 관계에 있어 협력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히자 해리스 대사는 "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청와대는 "해리스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에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해리스 대사에게 각을 세웠다. 국회 외통위 교통일위원회 소속 송영길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설훈 최고위원도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제재의 잣대를 들이댄 데 대해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면서 "개별관광은 제재 대상도 아니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싱 대사 발언에 대해 "싱 대사가 우리 정부의 이동 제한 검토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이웃으로서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 대사의 말처럼 한국을 서로 도와야 하는 가까운 이웃으로 생각했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동 제한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해를 먼저 밝혔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우리 정부는 중국 대사의 입장에 상관 없이 오직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의무다. 좌고우면 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