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방지 대책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금지령을 내리자 중국은 “세계 대중을 공포에 몰아넣는 선동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미국은 “과학에 근거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중국은 외교부와 관영 매체까지 나서 공세를 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교역·여행 제한은 반대한다고 권고했다”며 “하지만 일부 국가, 특히 미국은 부적절하게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확실히 WHO의 조언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워싱턴이 끊임없이 공포를 조장하고 확산시키고 있다. 이것은 나쁜 예”라면서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중국에 어떤 실질적인 지원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화 대변인은 미국의 겨울철 독감 통계를 언급하며 미국을 공격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900만 명의 미국인이 독감에 걸렸으며 이 중 1만 명이 사망했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가 있다”며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적다”고 주장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은 4일 모하마드 자비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을 겨냥해 “일부 서방국가들이 남의 위기를 틈타 하는 행위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중국이 어려울 때 돌을 던지지 말라’는 사설을 통해 미국을 비난했다.
‘우한 폐렴’ 대응과 관련해 중국편을 들었던 WHO는 여행과 교역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다시 한번 언급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확산은 아주 적고 속도가 느리다”며 “모든 나라가 증거에 기초한 일관된 결정을 이행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비난에 미국은 ‘과학에 근거한 조치’라고 맞받아쳤다. 낸시 메소니에 CDC 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은 과학에 근거한다”며 “일련의 조치는 미국으로 바이러스 유입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모든 미국인의 건강을 보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메소니에 국장은 “몇 주 전 중국의 감염 사례가 41건이었지만 오늘 아침에는 그 숫자가 1만7000명”이라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면역이 없는 인구가 1만7000명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에 들어오기 전에 이를 늦출 기회가 있다”고 했다.
중국의 미국 비판에도 많은 국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중국의 기대와는 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한 폐렴 확산 방지 대책의 하나로 자국에서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외국인을 추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우한 폐렴 확진자가 없는 브라질도 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 또 전세기를 띄워 우한 지역에 거주하는 자국민 50여 명을 데려오기로 했다. 우한에서 자국민을 철수시킨 일본은 우한 이외 중국 도시에도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을 데려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비판을 가하면서도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수차례 지원 제공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주목하며 관련 지원이 조속히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 사태를 감안해 미국이 양국 간 1단계 무역합의 이행에 유연성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의 구입 시기를 늦추고 규모도 줄이길 바란다는 얘기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로 이뤄진 주요 7개국(G7)은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7개국 보건장관은 3일 전화회의를 열어 △여행 규제 △예방 △신종 바이러스 연구 △WHO, 유럽연합(EU), 중국과의 협력 등에 최대한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WHO는 중국에 역학 연구개발(R&D) 전문가들로 꾸려진 팀을 파견해 중국 측 전문가와 협업하기로 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대변인은 “이번주 중국에 전문가들을 파견할 수 있다”며 “미국의 CDC도 (파견되는 팀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