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기화되는 신종 감염병…긴 안목의 근본대책 강구할 때 됐다

입력 2020-02-04 18:19
수정 2020-02-05 00:1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의심 환자가 병원에 가기 전에 미리 진료를 보는,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의료기관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대응 지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데다 지역 의료기관들은 선별진료소 설치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감염환자들이 병원을 바로 찾아 대규모 확산의 원인이 됐던 점을 교훈 삼아 나온 대책이 선별진료소 설치다. 하지만 선별진료소의 절반 이상은 민간 의료기관이다. 공공 기능의 상당 부분을 민간 병원에 맡기고 있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2000년대 들어 신종 감염병은 사스(2003년),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2009년), 메르스(2015년)에 이어 우한 폐렴(2020년) 등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신종 감염병 발생과 관련해 국제적인 인적·물적 교류 증가, 생태계 파괴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공중보건체계의 대응력 저하도 빼놓을 수 없다. 보건안보적 차원의 감염병 대응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는데도 정부 대책은 여전히 최대 잠복기를 고려한 격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종구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가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개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포럼에서 지적했듯이, 체계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철저한 개인 위생의 생활화도 시급한 과제다.

‘무증상 감염’ 가능성, 호흡기 외 전파 경로는 물론이고 진단과 치료, 백신 등 신종 감염병에 대한 지식의 한계를 극복할 대책 또한 절실하다. 국제적 차원의 공조 모색과 함께 신종 감염병 연구개발을 위한 우선순위 조정이 있어야 한다. 2018년 건강보험 총지출을 전년보다 5조24억원이나 늘린 ‘문재인 케어’만 있을 뿐 신종 감염병 투자는 안 보인다. 반복되는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긴 안목의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