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노동시장이 ‘대기업·정규직·유(有)노조’ 부문과 ‘중소기업·비정규직·무(無)노조’ 부문으로 양분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용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두 집단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정규직·유노조 부문이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에 비해 근속연수는 6배 길고, 월평균 임금은 2.8배 많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 노동시장은 대기업·중소기업 중심의 ‘2중 구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공공부문 정규직이 더해져 ‘3중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규직 공공부문은 민간기업들이 엄두를 못 낼 수준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2017년 7월 이후 기간제 7만3000명, 파견·용역 12만 명 등 총 19만3000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반면 미·중 무역전쟁 격화, 최저임금 인상 등 대내외 악재로 민간기업의 고용 안정성은 크게 악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부문 비정규직은 748만1000여 명으로, 전년보다 86만7000명가량 불어났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주요 기업들의 직원 수도 줄어들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매출 기준 5대 기업(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이노베이션, 기아자동차)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임직원 수는 총 24만7896명으로, 2018년 말보다 5853명 감소했다.
‘노동시장 3중 구조화’는 여러모로 퇴행적이란 평가다. 우선 국민 부담이 급격히 늘어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354곳의 인건비는 총 27조7444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10.8% 불어났다. 2018년엔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부문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의 하락세가 멈춰 섰다. 이 비중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낮아졌다.
사회 전반에 ‘공기업 열풍’을 불러일으켜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꺾는 게 더 큰 문제란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공부문 취업 선호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엔 “다니던 민간기업을 그만두고 공기업 입사에 도전하겠다”는 내용의 글들이 수없이 올라온다. 이 같은 흐름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뿌리째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 글로벌 투자자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공무원 시험 열풍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 이유로 한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공부문 비대화는 한번 궤도에 올라서면 좀처럼 되돌리기 어렵다. 다이어트에 돌입하려고 해도 극렬한 저항에 부딪혀 주저앉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미 부작용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금 당장 수술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건강 상태는 회복 불능 단계에 접어들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