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멀어지는 북핵 폐기…자위권적 핵무장 필요하다

입력 2020-02-04 18:04
수정 2020-02-05 00:28
북한 비핵화 문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김씨 왕조의 생존이 걸린 핵을 포기할 것인가? 결론은 ‘아니다’이다. 2018년 6월 12일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비핵화는커녕 북한의 핵은 더 고도화됐고 수량도 늘어났다. 미국 조야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만심이 북한의 기만적 지연전술에 말려 비핵화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기야 김정은은 작년 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대북(對北) 경제 제재 완화와 핵 개발 포기를 교환하는 방식의 비핵화 협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미 강경 노선을 넘어 핵보유국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접근 방법을 바꿔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의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북한이 언제 핵보유국으로 등단할 것이며,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틀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한반도 주변은 ‘핵 도미노’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 먼저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것이다. 학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본의 핵무장은 5개월 정도면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는 주변국 핵에 완전 포위된 형태가 된다. 구한말의 안보 상황이 연상될 수밖에 없다. 당시 주변국들은 ‘총과 포’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조선은 여전히 ‘창’을 들고 있었다. 그 결과 스스로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중국에 붙었다가 안 되니까 러시아에 붙었다가, 미국에 붙었다가 하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다가 결국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지금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지 못하면 구한말의 조선 꼴이 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자위권적 핵무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는 핵무장 없이 생존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용산 지역에 15kt 핵폭탄 한 발이 투하되면 고열과 폭풍으로 반경 4.5㎞ 이내 지상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거나 휴지 조각처럼 찢겨 나간다. 인명 피해는 60만 명이 넘고, 방사능 낙진에 의한 2차 피해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정말 가공할 만한 위력이다. 그래서 핵이 없는 자는 핵을 가진 자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핵인질’ ‘핵종속’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핵을 가진 자가 공갈과 협박을 하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이를 ‘핵 그림자(nuclear shadow)’라고 한다. 그래서 “핵 없이는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뿌리 깊은 외세의존 벗어날 수도

핵무장 시 대내외적 영향 요인은 무엇인가? 극복해야 할 도전적 요인이 많지만, 우리에게 유리한 기회적 요인도 적지 않다. 첫째, 우리가 핵무장하면 ‘공포의 균형’을 통해 주변국의 핵을 무력화할 수 있다. 핵을 가진 나라끼리는 서로 공격하기 어렵다. 특히 상대가 2격(2擊·second striker)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더더욱 어렵다. 2격의 능력은 이론적으로 정리된 건 없지만, 대략 100발 내외의 핵폭탄과 투발 수단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인정된다. 우리가 2격의 능력까지 보유한다면 주변국의 핵 위협에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제재의 강도도 따져봐야

둘째, 뿌리 깊은 외세 의존을 탈피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5030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일곱 번째 국가다. 이런 나라가 핵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북한과 외세에 끌려다녀서야 되겠는가?

셋째, 국방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우리는 매년 10조원 내외의 전력증강비를 사용하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는 1조50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만약 핵무장한다면 재래식 무기 확보 비용을 대폭 줄여 국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인구절벽과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전력공백 해소도 기대할 수 있다.

도전적 요인도 만만치 않다. 먼저, 우리가 핵무장을 실행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 그런데 NPT 10조 1항에는 ‘국가의 이익을 위태롭게 할 경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은 물론 일본까지 핵무장한다면 우리의 국가 이익이 위태롭게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도 북한의 핵 위협을 이유로 NPT를 탈퇴할 텐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 전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고집하는 것은 폐기처분된 명분에 집착해 국가 생존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경제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 가장 민감하고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러나 경제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의 성향을 보면, 자국의 가치와 국익에 일치하는 국가가 핵무장할 경우 제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이 그랬고, 인도도 마찬가지다. G3(주요 3개국) 일본과 G11 한국을 동시에 제재하는 것은 미국에도 큰 부담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경제 제재를 한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강하게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혹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농축 우라늄 제공을 차단해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것 역시 사전에 물량을 확보하거나 외교적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내 자식이 불치병으로 투병 중인데 특효약이 개발됐다. 그런데 투약 과정이 고통스럽고 다소의 리스크도 따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치료를 포기할 부모가 있겠는가? 앞에서 언급한 도전적 요인들은 국가 생존이란 절대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극복 대상’이지 ‘포기 사유’가 아니다.

우리의 핵무장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2015년 찰스 퍼거슨 미국과학자협회(FAS) 회장은 연구보고서에서 한국이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국내 원자력 관련 학자들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동원령을 내려 집중하면 2년 이내 북한, 일본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핵폭탄 수백 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와 통합된 노력·준비가 뒷받침되느냐다. 의지와 준비가 없다면 2년이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이룰 수 없다. 일본이 5개월 이내에 핵무장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日 핵무장'도 계산에 넣어야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당장 핵무장에 나서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는 순간, 우리도 핵무장에 나서 일본과의 핵무장 시차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당장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미국 핵우산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나가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렇게 명분을 쌓고 시간을 벌면서 내부적으로는 ‘플랜B’를 가동해 차분히 준비하면 된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