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을 넘긴 ‘슈퍼 중견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해외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해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올해 매출 2조원을 목표로 삼은 한세실업은 전체 매출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이 90%에 이른다. ‘미국인 3명 중 1명은 한세실업 옷을 입습니다’라는 광고 카피는 한세실업의 글로벌 자긍심으로 통한다.
생산 역시 해외에서 주로 이뤄진다. 매출 기준 약 60%를 베트남에서, 나머지는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생산한다.
201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정보기술(IT) 기업 휴맥스도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성장했다. 제조 분야 벤처기업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첫 사례였다. 차량용 셋톱박스를 생산해 80여 개국에 수출해 매출의 98%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자동차 전장, 주차장 운영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 지금도 휴맥스 매출의 80% 이상은 해외에서 나온다.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기업도 많다. 세아상역은 지난해 골판지업계 1위 태림포장을 인수했다. 2018년에는 STX중공업의 플랜트 부문인 STX엔테크를 인수해 사업 영역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1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교원그룹 역시 교육에서 시작해 렌털 호텔 상조 등으로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장했다. 2003년 생활가전업계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신사업 확장에 나섰다. 학습지 단일 사업만으로는 추가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매출에서 비교육 부문을 30%까지 키우는 게 목표”라며 “외형 확장을 위해 교육기업이라는 기존 이미지 대신 비교육 중심의 ‘생활문화 브랜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갖춘 최고경영자(CEO)도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다. 세계적인 발광다이오드(LED) 패키지 기업인 서울반도체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10%에 이른다.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 포함된 전자업체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과감한 투자로 이룬 연구개발 성과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지난 14년여간 국내외에서 160여 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가 “특허 도용을 뿌리 뽑을 때까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겠다”며 밀어붙인 결과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