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의 보릿고개가 계속되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설비 투자금은 물론이고 출혈경쟁에 따른 마케팅비가 발목을 잡으면서 작년 4분기도 부진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이통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4991억원으로 시장추정치(5876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2~3분기 쏟아부은 5G 마케팅 비용이 4분기에도 이연되면서 실적이 타격을 받았다.
KT는 오는 6일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다. KT의 4분기 영업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25.1% 늘어난 1198억원이다. KT 아현지사 통신 장애 발생에 따른 대규모 일회성 비용으로 전년과 비교해서는 실적이 개선되나 시장 기대(1681억원)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다.
NH투자증권은 KT가 4분기에 마케팅 비용으로 작년 동기보다 15.6% 늘어난 7225억원을 썼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7일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가 추정한 SK텔레콤의 4분기 영업익은 전년 동기보다 4.4% 증가한 2352억원. 시장 기대치(2759억원)를 400억원가량 밑돈다. 4분기 마케팅 비용은 전년 동기보다 6.8% 늘어난 7834억원을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유플러스는 3사 중 가장 양호한 성적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G유플러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441억원으로 3사 중 유일하게 컨센서스(1436억원)를 소폭 웃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유플러스는 전년 동기, 전분기 대비 모두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며 "일회성 성격이 있긴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성과급이 적게 지급돼 4분기 인건비가 감소할 전망이며 이동전화 매출액도 전분기보다 3%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의 보릿고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케팅 비용부담이 올해 3분기까지 지속되는 탓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마케팅비 경쟁 수준이 5G 마케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더라도 SK텔레콤은 작년 예상 영업익의 24.5%, KT는 19.5%, LG유플러스는 21.8%에 달하는 마케팅비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마케팅 비용 증가는 올 3분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통업계의 마케팅 경쟁이 작년처럼 과열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출혈경쟁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 때문이다.
김홍식 연구원은 "올 상반기 최대 전략(플래그십) 폰인 '갤럭시S20' 출시를 앞두고 있으나 시장 과열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올해도 가입자 유치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 내년 실적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통3사가 마케팅 수위 조절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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