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존, 루미마이크로에 추가 투자 "우회상장 수순"

입력 2020-02-03 09:31
수정 2020-02-03 09:45
장외시장 '대어'로 꼽히는 신약 바이오업체 비보존이 코스닥 기업 루미마이크로에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집행했다. 과거 셀트리온이 밟았던 방식을 벤치마킹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는 수순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두현 비보존 대표도 지난달 루미마이크로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이후 우회상장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보존은 지난 주말(31일) 루미마이크로에 2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작년 12월 볼티아 200억원, 비보존 150억원 등 루미마이크로에 총 35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지 불과 두달만이다. 볼티아는 이 대표가 최대주주(90%)인 장외업체다. 볼티아와 비보존이 루미마이크로에 총 투입한 자금은 550억원에 이른다.

이 대표는 이번 추가 투자 직진이었던 지난달 30일 루미마이크로 인수 후 처음으로 자사의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게재하며, 루미마이크로 인수 이유와 향후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밝혔다. 그는 루미마이크로 인수의 이유를 “비보존의 제약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며 “비보존 상장 방식에 대해 고려하고 있고, 더 이상 상장을 늦출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루미마이크로를 통한 비보존의 우회상장도 직접 거론하면서 “현재 내부 및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활발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공지문 대부분을 루미마이크로를 통한 우회상장 가능성에 할애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우회상장에 대한 검토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최대주주로 오른 뒤 6개월이 지나야 주식교환이나 합병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외 '대어'들이 우회상장 방식으로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비보존은 셀트리온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도 2006년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하자, 2008년 PCB 제조공정 약품업체인 오알켐과 합병을 추진하여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다. 비보존도 2019년 6월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 후 직상장보단 우회상장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비보존 측의 루미마이크로 투자금을 감안하면 애초 우회상장을 위해 루미마이크로를 인수했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비보존은 지난 2008년 설립된 통증 및 중추신경계 질환 전문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다중-타깃 신약 개발 원천기술을 통해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 물질 '오피란제린(VVZ-149)'을 발굴해 임상 3b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때 장외 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기도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