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트럼프-시진핑-아베 잡는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02-03 09:27
수정 2020-05-03 0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쉽사리 잡히질 않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신종 코로나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조 아베 일본 총리를 '잡을 수 있다'는 설이 월가에 나돌고 있습니다. 자국 내에서 막대한 권력을 휘둘러온 이들이 실권 위기에 처하거나 권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시 주석은 초동 대응 실패로 인해 중국내 민심이 흉흉합니다. 평소 같으면 불가능할 중국인들의 시 주석에 대한 비판이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번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작년 12월 질병 발생 초기에 강력히 대처하기보다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알리지 않고 적절한 방역도 하지 않은 채 쉬쉬하며 숨겨오다가 춘제 대이동을 맞아 '재앙'급 수준으로 확대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한시 병원 등에 방역물품 공급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여기에 사태가 계속 확산될 경우 중국 곳곳에서 경제 활동이 중단돼 올해 성장률이 4%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되면 고용난이 심화되면서 사회적 소요 사태가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내년은 시 주석이 1인당 국민소득 1만2000달러를 달성해 '샤오캉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해입니다. 이 약속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탄핵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신종 코로나로 인해 진퇴양난에 처했습니다. 세계 경제의 17%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미국 경제도 그 여파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0.4%포인트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뉴욕 채권시장에선 지난주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침체 신호'로 여겨지는 수익률 곡선이 다시 역전됐습니다. 작년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혹시라도 2분기까지 신종 코로나 확산이 이어진다면 침체 가능성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경제가 무너진다면 현직 대통령의 재선 확률은 크게 낮아집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엄청난 악재를 만난 셈입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해온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확대도 불발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중국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향후 2년간 2000억달러 상당의 추가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농산물 수입의 경우 2017년 240억 달러에서 올해 365억 달러, 내년 435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지요.

하지만 신종 코로나로 중국의 소비가 얼어붙게 되면 약속한 수입물량을 사들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들에게 "(신종 코로나 사태가) 경제 전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게 (중국의) 올해 구매 목표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농산물 수입을 늘리지 않는다면 지난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말만 믿고 기다려온 오하이오, 펜실페이니아 등 미 중부 지역의 농민들의 민심은 돌아설 수 있습니다. 이런 주들은 미 대선 향방의 키를 쥐고 있는 이른바 '스윙스테이츠'입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왜 위기를 맞게됐을까요. 오는 7월24일 개막되는 도쿄올림픽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고, 과거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계획 아래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어 올림픽을 준비해왔습니다. 올림픽 예산이 당초 예상의 5배가 넘는 3조엔(32조88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WSJ이 이달 초 "올림픽 티켓이 몇몇 직전 올림픽보다 훨씬 많이 팔리고 있다"고 보도라는 등 초기 반응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습니다. 향후 몇 달간 진정되지 않는다면,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행 비행기를 타려는 관광객은 많지 않을 겁니다. 선수들도 경기 참여를 놓고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지금 중국에선 올림픽 예선 경기들이 연기되거나 다른 장소에서 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오는 5월 말까지 신종 코로나 확산이 진정되지 않으면 올림픽을 연기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도쿄올림픽이 실패한다면 아베 총리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 입니다. 당 안팎에서는 그동안‘최장 3연임 9년’으로 규정되어 있는 당 총재 임기를 바꿔 4연임의 길을 터놓자는 '아베 4연임론'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실패한다면 4연임론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