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이징·SK 창저우 공장, 가동 또 연기…부품난에 中企도 '비명'

입력 2020-02-02 17:23
수정 2020-02-03 10:49

울산에서 산업용 금속가공유 기유(기름의 원료)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는 지난달 20일 이후 중국에서 주문이 완전히 끊겼다. 중국 우한에 본사를 둔 바이어는 계약했던 컨테이너 두 개 중 하나를 취소했다. A사 대표는 “춘제 이후 중국을 방문하려던 영업활동도 취소했다”며 “수주가 안 되니 오는 3월까지는 공장을 정상가동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 생산 중단, 원자재 확보 차질, 중국 수출 감소의 ‘3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축인 중국 공장이 우한 폐렴으로 개점 휴업상태가 돼버린 여파다.

중국 공장조업 중단 여파

2일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상하이시와 장쑤성, 광둥성 등 최소 16개 성과 직할시가 기업들의 춘제 연휴 기간을 오는 9일까지 연장했다. 현지 한국 기업들도 공장 가동 중단이 길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시안과 SK하이닉스의 우시 반도체 공장, SK종합화학의 우한 정유화학공장 등은 최소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현지 공장이 가동을 멈춘 상태다.

쑤저우 공장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의류건조기와 에어컨, 냉장고 등의 국내 배송도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우한 폐렴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가전업체들의 배송·판매에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베이징 공장과 SK이노베이션 창저우 배터리 공장 등도 중국 정부의 춘제 연휴 연장 지침에 따라 9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쑤저우 등 중국 2개 도시에 공장을 둔 한 기계부품 업체는 조업 중단으로 월 생산량이 약 10%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중국 톈진 등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생산해 한국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중소기업은 재고 소진을 걱정하고 있다. 춘제 연휴를 대비해 미리 제품 재고를 확보해놨으나 조업 중단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중국에 공장을 둔 한 도료업체 관계자는 “재고는 2월 중순이면 바닥이 날 것”이라며 “조업 중단이 그 이전에 끝나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부품 공급망 비상

중국에서 원자재나 부품을 공급받는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연쇄 조업중단 위기에 처했다. 완성차업체의 2차 협력업체인 B사의 평택공장은 2월 둘째주까지 부품 공급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1차 협력업체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을 납품받지 못해 공장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기 때문이다. B사 대표는 “자동차 부품업체 상당수가 우리와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들도 부품 공급이 끊어지면서 국내 공장을 멈춰야 할 판이다. 현대차는 이르면 3일 공장 휴무 여부와 휴무 시 직원 임금 지급 방식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쌍용자동차는 이미 1주일 동안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공급이 중단된 부품은 차량 내 전장(전자장비)을 연결하는 전선 제품인 와이어링 하니스다. 완성차업체들은 중국에서 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재고는 4~5일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뿐 아니라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도 중국 부품업체 공장 중단이 장기화하면 부품 조달 차질로 국내 공장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화성에 있는 한 전기부품업체는 플라스틱, 철제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물류업체들이 조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원가가 너무 비싸 고민이 크다”고 했다.

중국 수출도 차질

중국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에 가전제품용 전기부품을 수출하는 한 업체는 전체 매출의 10%에 달하는 중국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이 회사 대표는 “글로벌 공급 체인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산업계 전반에 큰 어려움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는다.

서기열/나수지/황정수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