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넥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삼일회계법인, 보스턴컨설팅그룹, 구찌코리아….’
이들 회사는 정보기술(IT)부터 게임, 회계, 컨설팅 등 각 분야의 간판 기업이라는 것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이들 기업의 인테리어는 모두 다원디자인의 손을 거쳤다. 어떤 비결이 있길래 유수의 국내외 기업 오피스 인테리어를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을까.
다원디자인은 국내 1세대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다. 1995년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시장에 공간 설계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25년간 적자 한 번 없이 23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대한민국 일터를 바꾸고 있다.
매년 250여 개 기업 공간설계 의뢰
다원디자인은 오피스 내부 디자인 컨설팅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과거엔 기업들이 본사를 신축하거나 이전할 때 다원디자인을 찾았다. 주로 업종이나 제품을 강조할 수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원했다. 최근엔 리노베이션(개보수) 수요가 늘고 있다. 폐쇄적이고 업무 중심이던 오피스를 협업과 소통을 강조할 수 있는 개방형 오피스로 바꾸려는 기업이 많아졌다.
다원디자인은 기업의 정체성과 경영 철학을 공간에 잘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별다른 광고나 공격적인 영업 없이도 국내외 대표 기업들이 다원디자인을 찾는 이유다.
10년 전만 해도 기업들은 최대한 많은 책상과 응접실을 둬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일하는 스마트워크가 확산하고 업무의 창의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여유로운 공간 활용으로 직원의 생산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이버의 계열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경기 성남시 분당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고객 접견, 사무, 상품 안내실 등 성격이 전혀 다른 공간이 하나처럼 혼합되기를 원했다. 다원디자인은 수십 차례 인터뷰 끝에 쇼룸에 카페를 접목한 방식의 공간 설계를 제안했다. 사무 공간의 딱딱함을 줄이면서 고객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카카오도 다원디자인의 손을 거쳤다. 카카오는 내부 조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방적인 공간 구성을 원했다. 다원디자인은 공간과 공간 사이의 사무용 칸막이를 식물로 구성하는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 개념을 적극 활용했다. 친환경적인 인테리어로 공간을 나누되 뚫린 듯한 느낌을 살렸다.
삼일회계법인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다원디자인을 찾았다. 다원디자인은 회계법인에는 이례적으로 스마트 오피스를 제안했다. 개인 좌석뿐 아니라 임원실까지 유연하게 용도 변경이 가능한 공유 사무실이다. 회의실이 아니어도 조직원 간 동선이 겹치는 입구 주변, 계단 주변엔 모두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마련했다.
조서윤 다원디자인 회장은 공간 설계의 핵심으로 ‘비움’을 꼽았다. 조 회장은 항상 직원들에게 “버리고 또 버리자”고 강조한다. 불필요한 과장과 포장이 없어야 공간이 주는 메시지가 확실해진다는 디자인 철학 때문이다. 다원디자인은 공간 설계 전 충분한 인터뷰를 고집한다. 기업들이 손사래를 칠 만큼 묻고 또 묻는다. 기업의 생각과 기대를 정확하게 읽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낼 수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확장
다원디자인은 1995년 당시 36세이던 조 회장이 창업했다. 직원 3명에 자본금 1억원짜리 기업이었다. 성균관대 화학과를 다니던 조 회장은 “미국에선 인테리어 디자인이 뜨고 있다”는 교수의 말을 듣고 유학길에 올랐다. 오하이오대와 플로리다주립대 대학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국내 인테리어 디자인 시장의 성장성을 믿고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직후인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졌다. 조 회장은 위기를 오히려 사업 기반을 넓히는 기회로 삼았다. 알리안츠, HSBC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했다. 기업 설명서와 사업계획서를 들고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다니며 국내 진출을 준비하는 글로벌 기업을 알아내 접촉했다.
오피스 설계에 관심이 높던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다원디자인의 패기와 뚝심을 높이 샀다. 외국계 기업으로 인맥을 넓히고 실적을 쌓으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 호텔, 컨설팅회사들이 다원디자인을 찾았다. 리바이스, 맥킨지앤드컴퍼니, 맥쿼리,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마쉬코리아, 한국IBM,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콘래드 서울 호텔, IFC몰 등이 이렇게 다원디자인과 인연을 맺었다.
다원디자인의 창업 첫해 매출은 50억원. 2005년 500억원을 넘어서더니 2011년엔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엔 처음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300억원. 연평균 180%씩 증가한 셈이다. 영업이익률도 8%에 달했다. 다원디자인은 차입금이 전혀 없는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최근 인도와 필리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