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英, 유럽의 강대국 도약"…EU "더는 혜택 못누리게 할 것"

입력 2020-02-02 17:16
수정 2020-05-02 00:02
영국이 지난달 31일 오후 11시(현지시간) 유럽연합(EU)을 공식 탈퇴했다.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7년 만이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대해 일제히 “새 시대의 새벽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양측이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래협정을 앞두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이후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U는 영국에 맞지 않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를 한 시간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말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라며 “새 시대의 새벽이 밝고 새로운 막의 커튼이 올라가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에 대해 불안과 상실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면서도 “EU는 지난 50여 년간 영국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EU로부터의 주권 회복을 통해 유럽의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3일엔 연설을 통해 EU와의 FTA 등 미래협정 체결 관련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2일 “영국은 EU의 단일시장 규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법에 대한 주권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영국이 EU 규제를 받아들여야만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겠다는 EU의 방침을 정면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BBC 등은 “영국 정부가 존슨 총리의 연설을 앞두고 EU에 강공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EU 왔다갔다 못 한다”

EU 지도부와 회원국 정상들은 브렉시트에 대해 일제히 유감의 뜻을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 등 EU 수장들은 지난달 31일 브렉시트를 앞두고 유럽 여러 매체에 공동 기고를 냈다. 이들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27개 회원국이 있다”며 “유럽에 새로운 새벽이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은 더 이상 회원국의 혜택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무역협상에 대해서도 “영국이 EU의 환경, 노동, 조세, 보조금 등에 대한 기준을 수용하지 않으면 매우 높은 수준의 EU 단일시장 접근을 기대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협상 대표도 “연내 영국과 EU 간 무역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존슨 총리가 전환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모든 책임은 그가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도 일제히 성명을 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브렉시트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라고 했다. 그는 “독일은 영국의 친구로 남길 원한다”면서도 “앞으로 EU와의 미래관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이 EU를 떠난 매우 슬픈 날”이라며 “브렉시트는 우리가 유럽을 충분히 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중국과의 경쟁에 맞서 우리에겐 더 많은 유럽이 필요하다”며 “27개 회원국은 여전히 단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은 EU를 왔다갔다할 수 없다”며 “영국이 EU에 대한 의무를 지지 않는다면 권리도 지속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영국에 대해 줄곧 강경한 자세를 유지해 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