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 10개를 하나씩 뽑아 먹을 수 있는 ‘매일햇반박스’, 1960년대 백설 제품을 재해석한 ‘백설 헤리티지 컬렉션’, 한 조각씩 비닐로 밀봉돼 ‘스팸메일’을 연상케 하는 조각 스팸….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내놓은 새로운 패키지 제품들이다. 똑같은 먹거리지만 패키지 디자인을 바꿔 새로운 제품처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아이디어는 디자인센터에서 나왔다.
2017년부터 디자인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강국 센터장(47·사진)은 “브랜드는 생명체와 같고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며 “66년간 식문화를 이끌어온 CJ의 브랜드마다 생애주기를 파악하고, 미래 디자인 전략까지 구상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디자인센터는 1995년 출범했다. 40여 명의 디자이너가 비비고, 햇반, 백설 등 35개 브랜드의 제품 패키지와 용기를 디자인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총괄한다.
식품 패키지 디자인은 온도에 따른 변형과 안전 등을 고려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 센터장은 “그룹 출범 때부터 디자인 경영을 했고 긴 시간 쌓인 디자인 데이터베이스가 미래 전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CJ디자인센터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레드닷디자인어워드, iF어워드 등 세계 디자인 공모전에서 88회 수상했다. 최근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 햇반 디스펜서, 스팀만두 용기 등은 큰 화제를 모았다.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디자이너들에게는 과거의 것을 재해석할 수 있는 요리의 재료도 함께 늘었다.
경쟁이 치열하고 유사 제품도 많은 식품 시장에서 디자인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이 센터장은 말한다. 그는 “4~5년이 되면 소비자들이 지루해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디자인을 바꿔 직관적으로 집어들게 만드는 게 디자인센터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CJ가 한식 세계화에 나서 디자이너들이 할 일도 많아졌다. 얼마 전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열린 비비고 팝업스토어를 다녀온 그는 “한식을 한식답게 만드는 게 가장 고민”이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매년 11월 ‘CJ 미래 디자인 쇼케이스’를 연다. 디자이너의 엉뚱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상품으로 내놓기 위한 아이디어 경진대회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