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쇼크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질병 발원지인 중국은 사망자와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주요 도시의 기능이 마비되는 등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은 감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 중국행 항공기 운항 중지 등 ‘중국 봉쇄’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 금지를 어제 발표했다.
우한 폐렴 여파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세계 증시 시가총액이 최근 열흘 새 2조5510억달러(약 3026조원) 급감했다. 수출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암울한 소식뿐이어서 더 걱정스럽다.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 경제는 17년 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1분기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2%포인트 떨어져 4%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경제 전망도 어둡다. 골드만삭스는 우한 폐렴 여파로 미국 1분기 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1%에 그쳐 기대치를 밑돌았다. 일본도 소비세율 인상으로 인한 내수 부진 등이 겹쳐 같은 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한 쇼크가 반영되는 올 1분기 유로존과 일본의 성장률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위기가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미덥지 않다. 정부는 우한 폐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을 바꿨지만, 얼마 전까지도 “경제 회복 흐름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지난해 생산과 투자 지표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고꾸라지고, 잠재성장률도 추락하고 있지만 위기의식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추가적인 대외 악재가 없어도 ‘일본식 저성장’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우리 경제를 총체적 위기에서 건져낼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기대거나 초(超)슈퍼 예산에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한 재정 퍼붓기에 의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일시적인 마취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가계·기업 부채 증가, 기업구조조정 지연, 재정건전성 훼손 등이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핵심 경제주체인 기업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동·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 기업 경쟁력이 바닥부터 강해지고, 우리 경제도 대외 위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