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4기 원전을 운영·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재훈 사장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내년 11월까지 월성원자력본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7기를 증설하지 않을 경우 월성 2~4호기를 모두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검토위가 시급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띄운 글에서 “재검토위는 전체 정책을 재검토하는 게 기본 임무여야 한다”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지역실행기구를 통해 이미 드러난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해줬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맥스터 7기 증설은 현재 사용 중인 시설의 추가 설치 문제로, 이미 기본적인 인허가가 완료된 잔여 부지에 위치하고 있다”며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까지 났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맥스터 증설은 영구처분시설이나 중간 저장시설을 논하는 큰 정책 제안이나 변경이 아니며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이 관건인 사안”이라며 “재검토위 지역의견 수렴과 경북 경주시 공작물축조 신고만 남았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선 주민 의견이 모아진 만큼 빨리 진행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정책이라는 큰 틀이 마련되지 않은 채 세부 내용인 맥스터 증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여러 절차를 감안할 때 (월성 원전의 가동 중단을 막을 수 있는 맥스터 착공 마지노선인) 올 4월까지 결론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월성 2~4호기의 가동 중단 우려는 정부가 판단할 몫”이라며 “재검토위 판단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월성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의 포화율은 작년 말 기준 94.2%다. 맥스터 7기를 증설하지 못해 내년 11월 이 시설이 꽉 차면 월성 원전을 모두 세울 수밖에 없다. 맥스터 증설 공사기간은 약 19개월이다.
정 사장은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광범위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핵폐기물 재검토위가 출범했는데 그 취지엔 적극 공감한다”며 “원활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도 장기간 (원전과 신재생의) 에너지 공존이 필수인 만큼 맥스터 증설 이슈가 빨리 정리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