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이달 중순 개최할 예정이던 ‘한국판 CES’(소비자가전쇼)를 취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 우려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매년 주최하는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행사가 막판 취소됐다. 반도체 산업의 최신 동향과 전망을 소개하는 행사로, 오는 5일부터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500여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총 2200여개 부스를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목표였으나 ‘우한 폐렴 공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주최사인 SEMI 측은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가 이달 17일께부터 사흘간 코엑스에서 열 계획이던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 역시 취소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판 CES를 표방하고 있어, 반도체 관련 기업 관계자들이 주로 찾는 세미콘 코리아보다 일반 관람객이 많을 게 뻔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으나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은 작년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까지 참여시켜 규모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었다.
이 행사는 시작하기 전부터 잡음이 많이 나왔다. 기업 입장에서 참여에 따른 효율이 낮은 관(官) 주도 행사이지만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책정된 정부 예산만도 10억원이 넘는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작년에도 미국 CES를 본따 급조한 행사에 참여하느라 힘들었는데 올해 또 협조 요청이 왔다”며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쇼 같다”고 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우한 폐렴 때문에 전국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인파가 몰리는 전시회를 강행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 방침이 어떻게 정해질 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