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동양대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그에게 들은 얘기는 딱 두 부류. 하나는 ‘재산’ 얘기입니다. 경매로 아파트 산 얘기, 유산 놓고 형제끼리 다툰 얘기, 손바닥만 한 땅에 토지세 나온 얘기 등. 또 하나는 아이들 ‘입시’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후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내 목표는 강남에 빌딩을 사는 것"이라고 동생에게 말한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된 이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정 교수와의 일화를 전했다.
진 교수는 2일 새벽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내가 기억하는 한 정교수는 정치에 아무 관심 없었다"면서 "5년 동안 같이 근무하면서 그에게 들은 얘기는 딱 두 부류. 하나는 '재산' 얘기와 '입시' 얘기다"라고 전했다.
진 교수는 "아이들 입시를 엄청 챙겼다"면서 "이른바 ‘강남사모님’이라 불리는 전형적 상류층 여성이었다. 그래서 ‘진보지식인이 어떻게 이런 분하고 한 집에서 살 수 있지? 의아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의 관심은 재테크에 있었다"면서 "그의 목표는 주식으로 '강남의 건물주'가 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욕망은 포장이다. 자식에게 최고학벌을 물려주는 것이다"라면서 "사실 자식교육에 유난을 떤다는 느낌은 받았어도, 증명서 일체를 위조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여기서 그 욕망의 집요함을 볼 수 있다. 이 강남 사모님의 인생은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재력과 학력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사실 정 교수와는 2년 반 전에 절연한 사이가 됐다"면서 "이 분이 총장님의 위세를 등에 업고 어느 날 나한테 부적절한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것은 학교의 정식 보고라인을 통하라’고 했더니 '우리가 그런 사이였냐'고 하더라"라며 "저는 이권다툼이나 세력다툼 같은 데에 말려드는 거, 극히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가 당시 그 문제로 짜증나서 학교를 그만두려했더니 총장이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진교수, 아무래도 조국 교수는 대통령 못할 것 같아. 정교수 때문에.”
한편 검찰은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두 번째 공판기일에서 정 교수가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 "나 따라다녀 봐", "길게 보고 앞으로 10년 벌어서 애들 독립시키고 남은 세월 잘 살고 싶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를 공개하면서 "조범동씨에게 펀드 투자 설명을 들은 뒤 수백억대의 강남 건물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인데, 이는 이해 충돌의 방지를 위한 백지 신탁 등 통상의 간접투자로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남편이 민정수석에 취임한 이후 주식의 백지 신탁 의무를 이행해야 했음에도, 직접투자와 같은 투자처를 선택하고 고액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금융 범죄를 실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정 교수가 백지 신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각종 차명 거래에 주변 사람들을 다수 동원한 사례도 공개했다.
동생 외에도 단골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 조국 전 장관의 지지 모임 회원 등으로부터 증권 계좌를 빌려 주식을 거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처음에는 계좌를 빌려줬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했으나, 물증을 제시하자 "정 교수를 보호하려 거짓말했다"며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