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3년 차 그룹 젝스키스와 16년 차 그룹 슈퍼주니어. K팝을 대표하는 장수 아이돌그룹인 이들이 명성을 이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연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젝스키스는 멤버 전원이 40대인데도 1990년대 감성의 R&B를 지키면서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다. 슈퍼주니어는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힙합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젝스키스와 슈퍼주니어가 지난 28일 오후 6시 새 음반을 동시에 선보이며 컴백했다. 젝스키스는 첫 미니 앨범 ‘올 포 유(ALL FOR YOU)’를, 슈퍼주니어는 정규 9집 리패키지 앨범 ‘타임리스(TIMELESS)’를 발매했다.
1997년 정규 1집 ‘젝스키스’로 데뷔한 젝스키스는 2017년 9월까지 여섯 장의 정규 앨범을 냈지만 미니 앨범은 ‘올 포 유’가 처음이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을 표현한 노래다. 1990년대 복고풍 색채가 확실한 데다 네 멤버의 깊어진 보컬이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렷한 1990년대 감성 R&B와 부드러운 선율, 빠르지 않아 듣기 좋은 템포에선 대중음악 그룹으로서 젝스키스의 확고한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메인보컬이 빠진 상태에서 랩을 주로 하던 은지원까지 보컬로 합류해 만든 하모니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성공했다. 음원 사이트 댓글에는 “은지원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 “4명으로 바뀌면서 더 깊어진 감성으로 돌아왔다” 등 팬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6인조로 데뷔했던 젝스키스는 메인보컬 강성훈과 서브보컬 고지용이 빠지고 은지원 이재진 김재덕 장수원의 4인조로 컴백했다. 멤버들은 메인보컬과 서브보컬의 빈자리를 각자의 역량을 강화해 채웠다. 멤버들의 원래 포지션은 리드보컬 장수원, 랩 은지원, 리드댄서 김재덕, 메인댄서 김재진이다. 앨범 발매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은지원은 “메인보컬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이젠 보컬이든 랩이든 한 명이 다 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며 “이재진은 댄서에서 보컬로 포지션을 바꿔야 하나 싶을 정도”라고 칭찬했다.
젝스키스의 컴백 활동도 다양해졌다. 그간 주로 활동하던 TV 프로그램 외에 라디오, ‘네이버 나우’ ‘피키캐스트’ 등의 모바일 콘텐츠, 단독 리얼리티 ‘젝포유’에 적극 출연했다. 음원차트 성적 역시 준수하다. 타이틀곡 ‘올 포 유’의 차트별 최고 순위는 31일 기준 멜론 84위, 지니와 소리바다 4위, 벅스 10위, 네이버 19위, 몽키3 21위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 포 유’의 음반 판매량은 29일과 30일 모두 1위였다.
슈퍼주니어가 16년 만에 부른 힙합곡은 ‘타임리스’의 타이틀곡 ‘이야이야오(2YA2YAO!)’다. 힙합에 댄스를 결합한 경쾌한 곡으로, 가수 겸 프로듀서 지코가 작사·작곡했다. ‘YA2YAO! 놀 준비된 사람 손’ ‘생각 비워내니까 웬걸? 몸이 솜털 같아 이상한 시선도 가끔씩은 좋은 것 같아’ 등 자유분방한 가사에 춤을 추는 슈퍼주니어의 모습이 새롭다.
‘타임리스’는 콜롬비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세계 26개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 남미 중동 지역까지 아울렀다. 국내 음원 차트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음반은 국내외를 합쳐 10만9790장 팔렸다.
신예들이 쇄도하는 K팝계에서 장수 아이돌그룹의 컴백과 성과가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젝스키스와 슈퍼주니어의 공통점은 팬덤의 특징은 달라도 충성도 높은 팬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는 것”이라며 “젝스키스는 글로벌 팬덤을 가늠할 수 있는 페이스북 팔로어가 10만이 안 되는데도 앨범이 10만 장 넘게 팔린다는 건 국내 팬들의 지지가 그만큼 단단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780만 명에 육박하는 슈퍼주니어의 페이스북 팔로어는 빅뱅, 방탄소년단, 2NE1, 엑소 다음으로 많다”며 “초창기부터 글로벌 팬덤을 잘 사로잡아온 것이 포인트”라고 했다.
김수경 한경텐아시아 기자 k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