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진천 주민 "우한 교민 수용"...숙원사업·안전대책 요구

입력 2020-01-31 21:55
수정 2020-01-31 21:57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 주민들이 중국 우한 귀국 교민을 반대 없이 수용했다. 현실적으로 수용시설 지정 재검토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아산시 초사2통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 30여 명은 31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넘게 회의를 열어 정부의 교민 수용 방침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대신 정부와 충청남도에 철저한 방역 및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김재호 온양5동 초사2통장은 “국가 차원의 일이라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용시설 지정 과정도 더 이상 논하지 않겠다”며 “대신 마을주민은 물론 아산 시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검역소 설치 등 철저한 방역 및 안전대책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민들은 정부와 충청남도에 마을 발전을 위한 숙원사업 추진을 요구했다. 김 통장은 “경찰대학 인근 중앙경찰학교 예정지 66만㎡ 또는 국유지 13만2000여 ㎡에 서울의 국립경찰병원이나 분원을 유치해 지역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며 “경찰병원을 유치하고 시민들에게도 의료혜택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교민 수용기간 마을주민을 위한 생필품 지원과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생계지원 대책도 요구했다.



대한항공 KE9884편 보잉 747 여객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귀국한 교민 368명 가운데 200명을 태운 버스는 낮 12시50분 주민들과 마찰 없이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갔다. 김포공항 항공센터에서 검역과 입국 절차를 마치고 인재개발원으로 출발한 지 1시간 50여 분 만이다.

주민들은 교민을 태운 버스가 지나가자 길목에 설치했던 농성천막과 ‘수용 결사반대’가 쓰여진 현수막을 철거했다. 한 주민은 “처음부터 우리가 교민을 무작정 막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며 “정부가 천안에서 아산으로 장소를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속내를 전했다.

수용 반대를 외치던 충북 진천 주민들의 반대 수위도 누그러졌다. 진천 우한 교민 수용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우한 교민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수용을 막지 않았다. 교민 150명을 태운 버스는 물리적 충돌 없이 오후 1시22분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윤재선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반경 1.2㎞에 3만 명의 유동 인구가 있는 지역을 선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려 했다”며 “수용 반대 입장을 철회하는 대신 철저한 방역을 통해 마스크, 손 세정제 지급 등 주민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당국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인 왕복 4차로에 경찰버스 40여 대와 40개 중대 1200여명의 경찰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주변에도 1100여 명 병력을 투입해 외부인의 진입을 통제했다. 수용 교민들은 신종 코로나 잠복기인 14일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한다.

아산·진천=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