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판정자가 1만 명에 육박하는 등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경보 2단계(여행 자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30일(현지시간)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기존 3단계(여행 재고)에서 하루 만에 최고 수준(4단계)인 ‘여행 금지령’으로 상향 조정한 것과 딴판이다. 국내 감염자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중국 여행 경보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28일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전 지역에 여행 경보 2단계를 발령했다. 우한 폐렴 첫 발생지인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에는 25일 적용된 여행 경보 3단계(철수 권고)가 유지되고 있다. 외교부 여행 경보는 남색경보(여행 유의), 황색경보(여행 자제), 적색경보(철수 권고), 흑색경보(여행 금지) 4단계로 나뉜다.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연일 늘어나고 있어 우리 정부도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우리 정부는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경보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외교부 관계자는 31일 여행 경보 상향 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국 내 감염병 확산 및 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추가 조정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정부가 3단계 ‘철수 권고’ 또는 4단계 ‘여행 금지’ 발령 시 발생할 수 있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