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가 주식(主食)으로 바뀌고 있다. 편의점에서 샐러드를 구입해 식사하는 속칭 ‘편샐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샐러드를 포함한 신선편의식품 시장 규모는 2015년 955억원에서 2018년 1956억원으로 커졌다.
이런 트렌드를 내다보고 창업 4년 만에 20개 샐러드 매장을 연 청년 창업가들이 있어 화제다. 서울대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이운성(31)·장지만(34) 스윗밸런스 대표가 주인공이다. 작년 매출은 45억원에 달했다.
서울대 창업동아리에서 의기투합
서울대 미학과 선후배인 두 사람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한 대기업에 인턴으로 함께 입사해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생활과 창업을 고민하던 두 사람은 후자를 택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고 큰돈도 벌고 싶었습니다.”
2015년 대학 졸업 뒤 공동 창업에 나섰다가 잇따라 쓴맛을 봤다. 전자책과 관광지 음성가이드 앱 사업을 벌였는데 계획은 그럴듯했지만 실전에서 사업화하는 건 쉽지 않았다. “제대로 된 팀 구성 없이 동아리처럼 회사를 운영한 것이 실패 요인”(이 대표)이었다.
‘샤로수길’ 작은 매장으로 출발
다음 창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여러 일을 전전하다 떠오른 것이 샐러드 전문점이다. 창업동아리 시절 샐러드를 만들어 길거리에서 판매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팔렸던 기억이 생생했다. 두 사람은 2015년 말 일명 ‘샤로수길’(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이라고 불리는 서울 봉천동 골목에서 42㎡ 규모의 작은 가게를 열었다. 임차료가 저렴한 곳을 찾다 보니 유동인구는 많지 않았다. 요식업 경험이 없었던 두 사람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바꿔나갔다. “초기엔 하루 15시간씩 일해도 매출이 7만원 정도에 그친 날이 허다했어요.”
매출이 확 늘어난 것은 2016년 ‘샤로수길’ 상권이 핫플레이스로 조명받으면서부터다. 메뉴 개발에 매진했던 두 대표의 노력도 이때 빛을 발했다. 손님이 몰리면서 월 매출이 4000만원까지 뛰었다. 어느 날은 설거지하는 데만 몇 시간씩 걸릴 정도였다. 이 대표는 “샐러드 카페라고 하면 조리업무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노동 강도가 일반 음식점 못지않다”며 “주 메뉴 중 하나인 단호박 수프만 해도 껍질을 까고 버터를 녹이고 단호박을 볶아서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끓이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샐러드 공장’ 설립
스윗밸런스의 제품 콘셉트는 합리적인 가격에 포만감이 드는 양의 샐러드를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채소 가격의 변동이 심해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8000원이던 채소 한 상자 가격이 열흘 뒤 4만원까지 뛴 적도 있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샐러드 제품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이유는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변동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윗밸런스는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매장을 4호점까지 늘린 뒤 자체 ‘샐러드 공장’을 세웠다. 50여 개 매장에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뒤 본격적인 매장 확대 전략을 폈다. 2018년에만 14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서울 18개(직영 8개, 가맹 10개), 성남 판교 2개 등 총 2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엔 온라인쇼핑몰을 개설했다. 샐러드를 정기 배송해주는 식단 관리 상품도 개발했다. 이용자 2명 중 1명은 재구매 고객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새벽 배송과 함께 원하는 요일에 배송해주는 시스템도 갖췄다. 직장인들이 배송받은 샐러드를 가방에 넣고 바로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샐러드를 원하는 대로 조합해 배송받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100여 개의 메뉴를 출시한 스윗밸런스는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60여 개는 폐기하고 40여 개만 남겼다. 메뉴를 개발할 때 10번가량 내부 회의 및 승인 절차를 거친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그는 “샐러드 제조업체 스윗밸런스의 과제는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도 비교 우위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FARM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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