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요구…브렉시트 후 다시 거세져

입력 2020-01-31 17:08
수정 2020-02-01 00:51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반대하며 EU 잔류를 원했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해 주권을 되찾겠다며 브렉시트를 단행하자, 스코틀랜드가 민족주의를 앞세워 분리독립에 나서고 있다.

홀리루드(스코틀랜드 의회)는 지난 29일 본회의를 열고 올 연말 스코틀랜드 독립을 묻는 제2 주민투표 시행을 요구하는 촉구안을 찬성 64표, 반대 54표로 통과시켰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스코틀랜드가 EU의 일원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자치정부는 브렉시트가 단행되는 31일 밤 11시 이후에도 스코틀랜드 정부청사에 EU 국기를 계속 걸기로 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법적으로 유효한 독립 주민투표를 하기 위해선 영국 정부와 웨스트민스터(영국 의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분리독립을 위한 더 이상의 투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촉구안이 구속력은 없지만 브렉시트를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분리독립 요구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인종 및 문화가 다르며 피로 얼룩진 전쟁의 역사도 존재한다. 1707년 영국에 합병된 스코틀랜드는 줄곧 독립을 요구해 왔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스코틀랜드 독립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스코틀랜드 인구는 543만 명으로, 전체 영국 인구(6644만 명)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땅 넓이는 전체 영국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재정수입의 핵심인 북해 유전지대의 90%가 스코틀랜드에 있다. 영국으로선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원유 수입과 막대한 영토를 잃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