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주가 부양을 위해 5785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을 진행하기로 했다.
31일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 462만8000주를 장내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5000원(4.00%) 오른 1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 수준이다. 매입 기간은 2월 3일부터 5월 2일까지다. 하루 최대 매수 주문 한도는 46만2800주다.
정유주들은 최근 극심한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이후 11.26% 떨어졌다. 올 들어 정유주의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생산·운송비용)이 배럴당 1달러 미만에 머물면서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는 날에 맞춰 자사주 매입 호재를 내놨다는 게 증권업계의 해석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224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2049억원을 40.2% 밑도는 ‘어닝 쇼크’다. 이 영향으로 자사주 매입 공시가 뜨기 전 1년 내 최저가인 12만2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연말·연초 주가 랠리 상황에서도 낙폭이 컸고 정제마진 회복은 하세월이라 자사주 매입 카드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에 투자자들은 “업황 회복까지 시간을 벌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1분기 이후에나 정제마진이 본격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터리 부문의 실적 턴어라운드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배터리 부문은 지난해 중국과 헝가리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등 공격적인 설비 투자 영향으로 총 309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