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기 2주라는데"…우한 교민 나른 전세기 어떻게 관리되나

입력 2020-02-01 07:00
수정 2020-02-01 14:1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교민들이 귀국하면서 이들을 실어나른 비행기와 버스, 수용 시설인 경찰인재개발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방역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운송수단과 건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돼 있는 만큼 전염의 매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중국 우한에 전세기(KE9884)를 띄워 교민 367명을 국내로 이송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차출된 36대의 35인승 경찰 버스로 이동해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나눠 수용된다. 바이러스 잠복기인 2주 동안 발병하지 않은 사람은 귀가 조치될 예정이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항공업계는 전세기를 통한 바이러스의 전염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우한페렴은 공기전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바이러스성 질환인데다 설령 환자가 항공기를 탑승했더라도 항공기 공기순환 구조상 직접 전파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스나 메르스 때처럼 만반의 방역을 하고 있다”며 “여객기 내에는 첨단기술의 공기순환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이를 통해 세균과 같은 이물질이 여과되기 때문에 전염 물질이 기내 공기를 통해 확산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투입된 보잉 747 기종의 전세기는 엔진 압축기를 통해 기내로 공급되는 외부 공기를 약 섭씨 200도까지 가열시켜 완전 멸균상태로 만든다. 압축된 공기는 오존 정화장치를 거쳐 에어컨 팩으로 옮겨져서 냉각 과정을 거친 후 혼합배관으로 흐르게 된다. 이 공기는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99.9%까지 여과하는 '헤파(HEPA)필터'를 통과하고, 기존 기내의 공기와 50:50의 비율로 혼합돼 기내 흡입구로 유입된다. 기내 하단부에 있는 배출구로 배출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내 쾌적한 공기를 제공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2~3분마다 반복하기 때문에 기내에는 깨끗한 공기만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객실 공기가 앞뒤가 아니라 위 아래로 흐르는 것도 오염물질 확산 저지에 큰 역할을 한다”며 “방역을 철저하게 한 뒤 바로 기존 전세기가 운영되던 노선으로 복귀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항에서 수용 시설까지 교민들을 이송한 경찰 버스 역시 비행기와 똑같은 방역 절차를 거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의 매뉴얼에 따라 방역을 실시한 뒤 소속 경찰서로 버스를 복귀 시킬 예정”이라며 “약품을 통해 방역만 철저히 한다면 버스를 통한 감염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소독제를 통한 방역이 바이러스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단한 세포벽을 가진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로만 자신을 감싸고 있어 소독제를 견딜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공기중 노출된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기 때문에 증식하거나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대다수 바이러스는 공기중에 노출된 지 며칠내 본래 가진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소독제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박테리아보다 보호막이 약한 바이러스 기능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격리수용시설 역시 우한페렴 사태가 끝날 때까지 정밀 방역 절차를 거치게 된다. 교민들은 1인 1실로 배정된 격리수용시설 건물 안에서만 지낸다. 격리되는 동안 외출과 면회는 금지된다. 시설 내 식당은 폐쇄하고, 식사는 도시락으로 대체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차량 등에 대한 방역도 계속된다. 격리수용시설 곳곳에는 차량과 개인용 소독 시설이 설치됐다. 1일 1회 격리 시설 주변에 대한 방역소독을 하고, 격리시설에서 사용한 폐기물은 의료폐기물 처리기준에 따라 소각 처리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태가 언제 진정될 지 미정이기 때문에 향후 시설 운영 계획을 세울 단계가 아니다”라며 “우한폐렴이 퍼지지 않도록 질병관리본부 등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