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교민 368명이 31일 귀국했다. 이 가운데 18명은 검역 과정에서 발열 증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입국 직후 격리병상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교민들은 2주간 의료진의 관찰 속에서 격리 생활을 할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 368명 귀국
우한 체류 교민들은 이날 오전 5시(현지시간)께 출발해 오전 8시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귀국을 희망한 교민과 유학생 720명 중 369명이 우한 공항에 모였지만 1명은 중국 당국의 사전 검역에서 우한 폐렴 의심 증세가 확인돼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고 귀가 조치됐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유증상자에 대해 자체적으로 격리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놨다.
우한 폐렴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항공기 내에서 12명, 검역 단계에서 6명 등 18명이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립중앙의료원(14명)과 중앙대병원(4명) 격리병상으로 이송했다고 이날 밝혔다. 항공기 내에서 증상이 있었던 교민 12명은 우한 톈허공항을 떠나기 앞서 진행된 중국 측 검역 과정에선 이상이 없었지만 한국 측 검역에서 발열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나머지 탑승객과 별도로 2층에 탑승했다.
교민들은 김포공항에 도착해 입국 검역을 한 차례 더 받았다. 그 결과 추가로 6명의 우한 폐렴 의심 증상자가 발견돼 출국 과정에서 확인된 12명과 함께 격리병실로 이송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들 가운데 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상당히 긴장한 상태에서는 열이 조금 오를 수도 있다”며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비행기 내에서 체온이 37.5도를 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2주간 감금 생활
증상이 없는 350명은 정부가 준비한 버스를 타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200명)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150명)으로 각각 이동했다. 이들 교민에 대해서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전수 조사한다.
우한에서 온 교민들이 탄 버스가 격리 시설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전날까지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집회를 열어 교민들의 수용을 거세게 반대했지만 이날 오전엔 회의를 열고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전세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집회 장소를 정리하는 등 자진해서 천막을 철거했다.
교민들은 2주간 격리된다.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과 국방부 군의관 및 간호장교 등이 교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방역 원칙에 따라 12세 이상은 1인 1실을 사용하고,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12세 미만 어린이는 가족과 함께 방을 쓴다. 각 방에는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있어 14일간 최대한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방 밖으로 나오려면 미리 허가를 받은 뒤 보건용 마스크(N95)를 쓰고 이동해야 한다. 외부인 면회는 물론 함께 수용된 교민들 간 만남도 제한된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정부는 격리 기간 동안 교민 편의를 위해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한편 책, 신문, TV를 비치하고 어린이를 위한 휴게공간도 마련했다.
14일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뒤 귀가할 수 있지만,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가까운 격리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