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수사1부,'입찰담합'한국백신 대표 구속…글로벌제약사 사노피 임원도 재판에

입력 2020-01-30 20:06
수정 2020-01-31 13:22
검찰이 국가조달백신에 대한 입찰담합 협의로 한국백신 대표이사를 구속기소하고 입찰담합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LG화학과 세계최대 백신업체 사노피의 임직원들도 구속 기소했다. 입찰담합에 연루된 제약사는 백신을 고가에 30배의 이익을 취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구상엽)는 국가조달 백신 입찰담합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약품 제조사 대표와 임직원, 도매업체 대표 등 총 1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백신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주력제품인 고가의 ‘도장형’ BCG백신이 부작용 문제 제기 등으로 판매량이 급감하자, 이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저가의 ‘주사형’ BCG백신 공급을 고의로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주사형’ 백신수입 및 공급을 독점하고 있던 한국백신은 질병관리본부를 속여 수입을 취소하는 대신 이보다 30배 이상 비싼 백신을 납품해 총 140억원의 국고손실을 일으켰다는 게 검찰의 기소내용이다.

검찰은 이러한 혐의로 한국백신 최모 대표이사를 공정거래법위반(시장지배적지위남용·입찰담합), 입찰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특경법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약품 입찰, 도매상 선정 등 과정에서 2개 의약품 도매업체로부터 16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사노피 전무 이모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LG화학 부장급 직원 안모씨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보건소 및 군부대에 공급하는 조달청 백신 입찰에 들러리를 내세워 투찰가를 조작하는 등 134건, 5000억원대 입찰담합을 저지르고 이를 위해 제약사 임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 3명도 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구속 영장을 청구한 7명은 전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됐다.

검찰 관계자는 "BCG 백신 납품비리의 경우 신생아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국가를 속이고,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보건소 및 국방부 백신 납품비리의 경우에도 서민과 국군장병의 보건복지를 해하고 국가위기 관리체계를 약화시킨 점에서 발본색원 및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상수도와 비견될 정도로 중요한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은 감염병 창궐을 막는 사회의 기본 안전망"이라며 "백신 산업의 입찰담합은 ‘백신대란’을 초래하고 백신의 품질 저하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기소에 대해 "특정 기업이나 인물을 타깃으로 삼거나 관계자 제보에 의존해온 과거 특별수사의 관례에서 벗어나, 과학 수사기법을 동원해 국가조달백신 시장의 구조적 비리를 근본적으로 파헤쳤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반부패수사1부는 국내 제약사와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난도 높은 수사를 하기 위해 공정거래, 의료, 경제, 외국기업 등 분야의 전문 수사인력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