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은 우한(武漢)에 큰 애착을 보였다. 말년에 틈만 나면 우한의 명승지를 즐겨 찾았다. 오늘의 마오쩌둥을 있게 한 문화대혁명이 여기에서 시작됐기 때문만은 아닐 터다. 1927년 쑨원의 국민당과 손잡고 우한에서 세운 국민정부에 대한 회한 탓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우한은 《삼국지》의 무대다. 유비가 조조를 물리치려 손권과 손잡았던 적벽대전의 현장이다. 마오쩌둥은 누구보다 끔찍이 《삼국지》를 사랑했다. 거기서 얻은 기지와 책략으로 중국을 다스렸다. 그의 마음속엔 중원의 넓은 무대와 우한의 정경이 항상 그려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한은 이런 역사를 머금은 곳이다. 시진핑 시대 들어 우한은 중국의 미래로 거듭났다. 지난해 5세대(5G) 네트워크를 중국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구축했고, 5G로 이뤄진 사물인터넷(IoT) 생산기지도 중국 최초로 구현해 냈다. 지난해 9월 상용 자율주행차 운행을 기업들에 처음 허가를 내준 곳도 우한이었다. 철강 집적지와 중국이 자랑하는 반도체단지도 여기에 있다.
초연결도시가 위험도시로 변해
우한은 그만큼 역사와 첨단을 아우르는 곳이다. 그런 우한이 지금 바이러스로 힘들어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한 지 한 달 만에 폐렴 감염자 수가 6000명을 훌쩍 넘었다.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감염자 수를 초과했다. 20여 개 국가가 전세기를 띄워 우한을 탈출한다. 초(超)연결사회의 주도권을 가지려 했던 도시가 초위험 도시로 변해버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전근대적 행태들이다. 당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마귀(魔鬼)’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마귀가 숨을 수 없도록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초조한 시 주석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지만 바이러스 진원지 우한은 마귀를 낳은 지역이 되고 말았다.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용어가 아니라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단어로 중국민을 설득한다는 건 그야말로 전근대적이다.
중국민의 감춰진 불안만 더욱 자극할지 모른다. 우한에서 좀 떨어진 지역인 허베이성에선 우한에서 돌아온 사람 중 ‘미등록자’를 신고한 이에게 2000위안(약 33만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모의총으로 무장하고 우한 사람들의 방문을 거부한다고 경고하는 사진도 나돌고 있다.
中, 비과학적 행태가 불안 높여
인공지능(AI)이 발전하고 5G의 선두주자로 초연결 국가를 강조한 중국이 이런 모습으로 비치는 건 의외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20세기는 과학기술의 진보와 이에 대한 시민의 불안이라는 패러독스를 갖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과학적 권위가 커질수록 그만큼 과학은 시민과 멀어진다.
시민들은 과학과 사이비 과학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과학이 곧 이성이며 객관적 실재에 부합한다는 막연한 ‘믿음’만 시민들에게 존재하게 된다. 하물며 디지털과 초연결성으로 상징되는 21세기는 더욱 그렇다. 과학 현상을 과학기술로 대응하지 못하고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면 초연결성은 불안만 가중시킨다. 막연한 공포증으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다.
지금 우한 시민들은 아파트에서 마음 모아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시인 두보가 사랑한, 동정호(洞庭湖)의 포근함과 여유가 이들의 마음을 적셔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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