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조림 수프 제조회사 캠벨수프컴퍼니는 연구진과 함께 마케팅 방식을 연구했다. 먼저 ‘12% 할인’을 해준다고 하자 평균 3.3개가 판매됐다. 이어 ‘12% 할인, 1인당 최대 4개’로 수량을 한정했다. 그러자 평균 3.5개로 판매량이 약간 늘었다. 마지막으로 ‘12% 할인, 1인당 최대 12개’를 내걸었다. 갑자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판매량은 평균 7개로 뛰었다. 희소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도록 유도하는 높은 기준점을 제시한 덕분이었다.
《무엇을 놓친 걸까》는 사람들의 뇌에 빠르고 쉽게 각인될 마케팅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유니레버, 디아지오 등에서 25년 동안 마케팅 책임자로 일한 영국 출신 필 바든이 썼다.
저자는 “기업이 제품을 팔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감정에 호소하지 말고 뇌가 좋아하는 것을 포착하라”고 주장한다. 사람의 뇌는 빠르면 1000분의 1초 만에 무엇을 살지 결정한다고 한다. 이때 뇌는 아주 작은 차이를 감지해 결정을 내린다. 저자는 “모든 구매 결정의 40~70%는 아무런 사전 계획 없이 구매 시점에 충동적으로 이뤄진다”며 “구매 시점에 우리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신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언어의 마법’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언어는 제품의 가치를 더해줄 뿐 아니라 상품 기능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방분 25% 함유’보다 ‘기름기 75% 빠진 고기’가 더 효과적이다. 기름기를 일부 함유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내용보다 기름기를 많이 뺐다는 긍정적인 내용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 구매로 보상을 받는 듯한 기분도 느낀다. 실제 보상을 평가하는 뇌 영역인 ‘안와전투피질’에서도 이런 영향이 나타난다.
디자인의 작은 변화로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다. 독일 맥주 브랜드 ‘하세뢰더’는 맛은 그대로 두고, 맥주병의 목 부분만 둥근 횡단면에서 6각형으로 바꿨다. 그러자 매출이 크게 뛰었다. 디자인 때문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한 업체는 모직옷 세제 용기 색깔을 분홍색에서 밋밋한 아이보리색으로 바꿨는데, 매출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저자는 “사람들은 절대 마케터가 바라는 대로 사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미세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낸다면 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