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부처 간에 손발이 안 맞는 것은 물론이고 현안에 대한 말 바꾸기도 예사다. 신속한 초동 대처와 맞춤형 대책을 내놔야 할 정부가 오히려 혼란과 공포,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우한 폐렴 발생 초기 ‘총력 대응’과 ‘선제적 조치’를 소리높여 외쳤지만 실제는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한 지역 교민 700여 명의 국내 이송을 놓고 빚어지고 있는 혼선과 갈등은 정부의 무능한 위기대응 역량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외교부는 엊그제 “발열·기침 등 의심 증상자는 귀국 전세기에 탑승할 수 없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有)증상자도 함께 데려오겠다”고 딴소리를 했다. 하지만 박 장관의 말은 반나절 만에 번복됐다. 준비 부족과 중국과의 협의 지연 등으로 교민 수송 계획도 예정보다 늦어졌다.
격리시설 결정 과정은 지역 갈등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으로 결정했다가 해당지역 주민들이 반발하자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바꿨다. 갑작스런 격리장소 변경에 당황하고 분노한 진천 주민들이 현장을 방문한 보건복지부 차관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며 거칠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어제는 아산 주민들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에게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허술한 방역대책과 환자 관리도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판박이다. 정부가 대형 병원과 시·군·구 보건소 등 전국 288개 의료시설을 ‘선별 진료소’로 지정했지만, 적지 않은 곳이 필요 장비와 매뉴얼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은 환자 동선 공개는 애꿎은 피해자와 과도한 공포를 양산하고 있다. 국가 방역체계를 책임지는 컨트롤타워가 있기는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부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종합 점검회의’를 열고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공항 등에 검역소 추가 배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상담인력 증원, 시·군·구에 역학조사관 배치 등의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무총리실 상황관리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서로 다른 말을 하며 혼선을 가중시키는 엇박자 행보를 바로 잡지 못하면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보건복지부가 맡든 질병관리본부가 맡든 전문가 집단이 주도하는 컨트롤타워에 힘을 실어주고, 제대로 가동시켜야 한다. 상시 검역 및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전염병 위기 대응 매뉴얼도 손질해야 한다. “방역 및 대응체계를 다시 점검해 완벽하게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이번에는 제대로 지켜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