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술작품 속에서 끄집어낸 '인간다움'

입력 2020-01-30 14:38
수정 2020-01-31 00:55
이탈리아 화가 마사초(1401~1428)가 1427년 완성한 프레스코화 ‘에덴에서의 추방’. 인간이 통곡하며 낙원에서 추방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을 낙원에 둔 채 눈물을 흘리며 쫓겨나야 했던 아담과 이브의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이진숙 미술평론가가 쓴 《인간다움의 순간들》은 마사초의 그림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21세기 초까지 서양 미술사를 수놓은 화가 101명의 걸작을 세 권에 나눠 선보이는 ‘더 갤러리 101’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인간을 중심에 놓고 그림과 ‘그림을 보는 나’에 집중한다. 미술 작품 안에 숨은 ‘인간’을 찾아 보여준다. 저자가 책 속 화가와 작품을 선정한 기준은 희로애락의 원천인 인간이었다. 그는 “이 시리즈를 통해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답을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은 단순히 미술사적 연대기와 지식을 바탕에 두고 화가의 대표작이나 미술사적 작품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인간의 면면을 담은 작품들을 역사화해 ‘인간의 얼굴을 한 미술사’를 써내려간다. 프라 안젤리코 편에선 타인의 고통이 나의 기쁨이 되는 슬픔을 이야기하고, 라파엘로 편과 엘 그레코 편에선 사랑에 대한 단상을, 샤르댕 편에선 우리가 잊고 사는 일상의 작은 소중함을 강조한다. 우리가 공감할 인생의 순간순간을 그림에서 끄집어내 인간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우리가 몰랐거나 외면했던 ‘수많은 나’를 만나게 해준다.

저자는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르네상스, 바로크, 인상주의, 초현실주의 등과 같은 사조를 ‘이정표’로 삼았다. 각 사조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당 시기 세계사적인 주요 사건을 친절하게 정리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등 책에 나온 작품들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하게 된 연유와 근거리에 있는 미술관 등을 저자의 경험 및 객관적 정보와 아울러서 소개해 읽는 맛을 더한다. (돌베개, 456쪽, 2만8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