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서 “이번 사건은 검찰의 기획수사”라고 주장했다. 검찰을 향해선 “‘내가 제일 세다, 최고다, 누구든 영장 치고 기소할 수 있다’ 제발 그러지 말라”며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임 전 실장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의 칼날이 문재인 대통령까지 향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5분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층 현관 앞 포토라인에서 3분가량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이번 사건은 작년 11월 검찰총장 지시로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8개월 덮어놓은 사건을 이첩할 때부터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그 기획이 그럴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당내 경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전 실장이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직 제안을 대가로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등 ‘후보자 매수’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청와대가 송 시장의 공약 수립에 도움을 줬는지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의 ‘하명수사’ 과정에 임 전 실장이 참여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과정이 문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도 임 전 실장에게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