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매트리스 이어 또…' 우한 교민 수용지 돌고 돌아 충청도, 주민들 '격분'

입력 2020-01-30 09:52
수정 2020-01-30 09:54

정부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과 관련해 중국 우한(武漢)에 체류 중인 교민을 전세기로 송환한 뒤 충남 아산과 진천에 있는 공무원 연수 시설에 격리 수용하기로 했다. 우한 교민들은 30~31일 전세기 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충남 천안에 있는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을 우한 교민 수용지로 정하고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천안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계획을 번복하고 다른 지역을 물색했다. 그러나 새로 지정된 아산과 진천까지 모두 충청권인 탓에 정부가 충청도민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18년에도 전국에서 수거한 라돈 검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충남 당진과 대전 지역에 반입해 충청도민의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한 충청도민은 "요직은 다 호남 사람이 차지하고, 나쁜 것은 다 충청도로 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각 시설의 수용능력과 인근 지역 의료시설의 위치, 공항에서 시설까지의 이동거리, 지역안배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산과 진천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격리 수용지를 변경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혁신도시인 진천에서는 수용지인 공무원인재개발원 반경 1㎞ 내에 6285가구, 1만 7237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시설들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산 역시 "(수용지인)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수많은 아산시민이 거주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제약요인이 있어 격리시설로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우한 교민 격리 수용지를 아산과 진천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당초 후보지로 검토 됐던 천안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수용지가 변경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9일 오후 우한 교민 격리수용 반대 집회 현장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김 차관은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주민 200여 명을 만났다. 김 차관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우려가 기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김 차관에게 물병과 종이컵을 던지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거칠게 항의했다. 김 차관은 경찰 경호를 받으며 10여분 만에 현장을 빠져나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