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사태가 걱정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골프계 역시 이 광풍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장 프로들의 동계 전지훈련지로 인기가 높았던 중국의 유명 골프리조트들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는데요, 우한 아닌 다른 지역까지도 사실 ‘개점휴업’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다녀온 중국 하이난도에도 공공기관과 대중시설은 물론 대다수 골프장까지 아예 문을 닫아걸었는데, 끝까지 버텼던 초대형 골프장 미션힐스(108홀)도 결국 30일부터 폐장을 결정했다고 하네요. 전지훈련을 갔던 프로들이 급거 귀국하거나 베트남 뉴질랜드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느라 훈련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고요. 올 시즌 투어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모두 무사하게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실내운동도 열심히 하면서요.
물 반만 넣은 페트병 ‘감잡기’ 도우미
오늘은 맨손 운동만큼이나 좋은 페트병 드릴을 소개할까 합니다. 골프 실력을 결정하는 3대 키워드로 저는 늘 말해왔던 ‘BTS’(밸런스 타이밍 스윙궤도)를 큰 힘 들이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알짜 연습입니다. 헤드 무게 느끼기, 원심력 느끼기, 벽 느끼기, 지면반력 느끼기, 궤도 감잡기 등 다양한 스윙원리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헤드 무게’가 확실한 프로스윙의 느낌을 찾아낼 수도 있는 만큼, 골프가 완전히 달라지는 신기한 체험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먼저 물이 반쯤 든 페트병(큰 통일수록 좋음) 아래위를 양 손바닥으로 잡고 어드레스를 합니다. 이 상태로 물병을 ‘L to L’(하프스윙) 형태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바이킹 드릴’을 하는 겁니다. 물병이 움직이는 길이 바로 스윙궤도가 되는 것이고, 물이 출렁이는 느낌이 바로 힘의 흐름이 되겠죠. 발바닥에서부터 올라온 힘이 어떻게 몸통과 팔, 클럽을 거쳐 헤드에 쏠리는지를 물병 속 물의 움직임으로 느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스윙궤도가 인-아웃-인이 정확하게 되도록 천천히 움직이되, 백스윙 톱에서 물이 오른쪽 손바닥으로 쏠리기 직전에 다운스윙을 시작하고(트랜지션), 피니시 구간에선 물이 왼손바닥으로 다 쏠리기 직전에 다시 백스윙으로 돌아오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물병 몸에서 멀리 할수록 헤드 무게 ‘팍’
사실 클럽으로 스윙 훈련을 하면 궤도가 아웃-인인지, 인-아웃인지 시각적으로 알기 힘듭니다. 헤드 무게를 느끼기도 쉽지 않고요. 물병으로 하면 궤도는 물론 다운스윙 때 수직 자유낙하 구간도 느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 감잡기라 할 수 있죠. 물병이 없으면 수건을 양손으로 길게 잡고 똑같은 방식으로 해도 됩니다. 손과 팔에 힘을 빠진 상태와 큰 스윙 아크(arch)를 만드는 요령을 터득할 수 있답니다. 다운스윙에서 물병을 몸 오른쪽으로 멀리 떨굴수록 아크가 커지죠. 몸은 왼쪽으로 움직이려 하고, 물병(클럽헤드)은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반대동작이 큰 아크, 더 큰 에너지의 원천이랍니다.
거울 앞에서 연습해야 효과가 확실합니다. 하프스윙 백스윙 톱이나 피니시 구간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봤을 때 페트병이 손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게 올바른 상태입니다. 한쪽 손이 다른 손보다 너무 위로 올라갔거나 아래로 처지면 페트병이 많이 보이겠죠. 잘못된 동작입니다. 동작이 몸에 익숙해지면 클럽샤프트를 양손으로 잡고 해도 됩니다.
골프는 결국 몸에 심어준 기억이 좌우하는 운동입니다. 겨우내 이런저런 이유로 필드나 연습장 등 바깥출입이 여의치 않다면 헤드 무게, 스윙궤도만이라도 바로 세우는 게 확실한 투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