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재 부사장 "골퍼의, 골퍼에 의한, 골퍼를 위한 스카이72…초심 잃지 않을 것"

입력 2020-01-30 15:47
수정 2020-01-30 15:49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0시가 다 돼 퇴근하는 날이 적지 않았다. 퇴근이 더 늦어지는 날에는 사무실 침낭에서 쪽잠을 청하기 일쑤였다. 골프장을 골퍼로 가득 채울 묘안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골프장 건설엔 차질이 없었지만 마음 한편이 늘 편치 않았던 까닭이다. 국내 최대 수도권 퍼블릭 골프장인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대표 김영재)의 창립 주역 중 한 명인 김원재 부사장(사진) 얘기다.

김 부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골프장을 수도권 최대 규모로 짓는데 고객(골퍼)이 없으면 놀려야 하는 규모 역시 수도권 최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전 직원이 매달려 밤샘 회의를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기존 골프장 운영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1라운드=18홀’을 빼곤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다 바꾸기로 한 이유다. 그린피는 코스별, 계절별, 요일별, 시간대별로 차등화했다. 악천후 때 골퍼가 부담해야 하는 그린피 등 비용도 실제 플레이를 한 홀까지만 계산하는 ‘홀별 정산제’를 도입했다. 국내 골프장 업계의 금기 중 하나였던 ‘반바지 라운드’에도 빗장을 풀었다. 모두 스카이72가 국내 업계 최초로 시도한 고객 서비스다. 그는 “모든 차별화 전략은 골프 문화를 회사(골프장)가 아니라 고객(골퍼) 중심으로 바꾸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며 “스카이72는 태생부터 철저히 ‘골퍼의, 골퍼에 의한, 골퍼를 위한’ 골프장을 지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에 손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숱한 회의 끝에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아봤는데 가장 영향력이 큰 게 그린피라고 판단했어요. 합리적인 고객이라면 올 수밖에 없는 가격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죠. 계절별로는 골퍼 수가 가장 적은 여름과 겨울 그린피를 가장 낮게 했어요. 시간별로는 이른 아침 시간일수록 저렴하게 했고요. 다만 ‘프리미엄 퍼블릭’을 지향해 벤트그라스를 페어웨이에 심은 만큼 소위 황금 시간대에는 회원제 골프장과 맞먹는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국내 골프장에는 주중 및 주말 그린피만 있던 시절이라 처음에는 고객들이 어리둥절해했는데, 점차 ‘합리적’이라는 반응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홀별 정산제는 요즘 보편적인 제도 아닌가요.

“지금은 당연시되지만 당시엔 파격적인 일이어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열 홀을 돌든 18홀을 돌든 그린피 전부를 내던 시절이었거든요. 공정거래위원회 표준 약관이 홀별 정산제로 바뀐 게 2016년인데 스카이72가 11년 앞서나갔던 겁니다. 골프장이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에게는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시행한건데 뚜껑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매출이 줄기는커녕 늘어났거든요. 비가 더 많이 올 것 같으면 18홀 그린피가 아까워 아예 시작도 안 하던 고객들이 ‘칠 수 있을 때까지 한번 쳐보자’며 플레이를 이어간 겁니다. 근데 이게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골프장에서 항의 전화가 많이 오는 바람에 애를 먹었어요.(웃음)”

▷내부 반대가 있었을 듯한데요.

“직원들 반발이 컸죠. 골프가 원래 보수적인 운동인 데다 업계도 보수적이잖아요. 특히 기존 골프장 업계에 몸담고 있다가 스카이72에 합류한 직원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런 방침을 본 적이 없다’는 거죠. 그런데 본 적이 없다는 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아니잖아요. 저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골프장 업계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접근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붕어빵이 스카이72의 상징처럼 됐습니다.

“맞습니다. 이게 좀 재미있어요. 대다수 골프장 파3홀이 대기 시간이 좀 있잖아요. 골퍼들은 불만이거든요.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없다면 기다리는 시간이라도 즐겁게 보내도록 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붕어빵만 먹으면 목이 멜 수 있으니까 정종과 어묵을 함께 무료로 제공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겨울에는 붕어빵,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면서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 좋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이 큽니다.”

▷처음 아이디어는 누가 냈습니까.

“캐디로부터 나왔습니다. 캐디는 스카이72에서 ‘현장 지배인’입니다. 스카이72의 얼굴이자 대변인이기도 하죠. 초창기부터 경영진, 임직원 회의에 함께했습니다. 기업(골프장)과 고객(골퍼)의 접점이기 때문입니다. 라운드마다 골퍼와 5시간가량을 함께 보내는 캐디만큼 골퍼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어요. 다양한 서비스 및 마케팅 교육을 통해 캐디를 전문가 집단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스카이72에서는 캐디(D)와 잔디(D) 등 ‘2D’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웃음)”

▷‘국내 최초’ 타이틀을 또 내놓을 게 있나요.

“노력 중입니다. 고객들이 어떻게 하면 더 합리적으로 또 즐겁게 골프를 즐길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시쳇말로 계급장 떼고 전 임직원이 수시로 소통하는 문화가 스카이72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특히 현장 직원들과 고객들이 직접 올리는 ‘고객의 소리(VOC)’가 큰 힘이 됩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소통 창구거든요.”

▷2020년 새해 구상과 포부는 무엇입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스카이72는 처음부터 ‘골퍼의, 골퍼에 의한, 골퍼를 위한’ 골프장을 지향했습니다. 골퍼는 물론 스카이72의 직원, 즉 사람이 중심인 골프장이 되고자 하는 초심은 올해도 변함이 없어요. 고객들이 더 즐겁고 합리적으로 골프를 즐기고 직원들은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게 영원한 목표입니다.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골프장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