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나무 주위는 짙은 안개에 싸여 있고, 그 위로 빛을 빼앗긴 해가 희미하게 떠 있다. 나무와 해 외에 아무것도 없는 이곳은 시간까지 멈춘 듯 고요하다. 이 고독하고도 아늑한 겨울 풍경은 사진가 남인근의 ‘위로(Consolation)’ 시리즈의 한 작품인 ‘겨울’이다. 남씨는 ‘명상적’ 사진을 담기 위해 세계 100여 개 나라의 오지를 다녔다. 편안하고 단순한 풍경일수록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작가는 행군과 같은 여행을 해야 했다.
우리는 모든 것이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물질도 정보도 사람 사이의 관계도 너무 많아 숨이 막힐 정도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세상으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디지털로 촘촘히 엮여 있는 요즘, 이런 ‘미니멀리즘’의 세계는 외딴곳에서의 휴식과 위안을 간접 체험하게 해 준다. (갤러리나미브 2월 5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