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백원우 등 13명 기소…임종석 피의자 신분 30일 소환

입력 2020-01-29 17:32
수정 2020-01-30 00:36
검찰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을 29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강행했다. 앞서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할 때와 똑같은 상황이 재연된 것이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충돌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30일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靑 하명수사’ 백원우 황운하 등 기소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이날 백 전 비서관과 송 시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의 하명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2017년 9월께 송 시장이 황 전 청장에게 김 전 시장 수사를 청탁했으며, 송 전 부시장은 10월께 문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김기현 비위정보’를 제공했다. 문 전 행정관은 이를 재가공해 범죄 첩보서를 만들었다. 검찰은 2017년 11~12월 사이 백 전 비서관이 박 전 비서관을 통해 이 첩보를 경찰청과 울산경찰청에 순차적으로 하달했다고 본다. 황 전 청장은 당시 김 전 시장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경찰관들을 인사조치시켜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도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수석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울산시장 출마를 포기하는 대가로 공직을 제공하는 ‘후보자 매수’를 저질렀다. 검찰은 청와대가 송 시장의 공약 수립과 이행 등에도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장환석 전 선임행정관은 송 시장의 공공병원 유치 등 공약을 위해 내부정보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송 시장, 송 전 부시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임종석·이광철은 총선 후 기소 검토

이날 기소는 이 지검장의 반대 속에 대검 주요 간부회의를 거쳐 신봉수 중앙지검 2차장 결재를 통해 처리됐다. 내달 3일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수사진용이 꾸려지기 전에 주요 피의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1차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윤 총장과 수사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이 끝내 주요 여권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면서 청와대 및 법무부와의 갈등도 심화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감찰 카드 등으로 윤 총장을 재차 압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이번에는 대검 및 서울중앙지검 간부들과 전체회의를 소집해 기소를 결정했다”며 “공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한 만큼 최 비서관 기소건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소환했으며, 30일엔 임 전 실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다만 이들에 대한 기소 등 사법처리 여부는 오는 4월 총선 이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비공개 소환 조사를 할 계획이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총장과 일부 검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며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좇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획을 해서 짜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도 이날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