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자'도 마포 새 아파트 못 산다…강남 가려면 1등 두 번 돼야

입력 2020-01-30 13:42
수정 2020-01-30 14:56


로또복권에 당첨되더라도 서울 강남 아파트를 구입하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첨금이 신축 단지 전셋값 수준이어서다. 집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마포 등 도심의 새 아파트 가격도 복권 수령액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로또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최근 1년(843~895회) 동안 1등 당첨자의 평균 수령액은 1게임 기준 24억300만원이었다. 소득세를 제외한 추정 수령액은 16억1000만원이다. 직전 1년(790~842회)과 비교해 평균 실수령액이 5000만원 정도 늘었다.

당첨금은 해마다 오르는 추세지만 집값 상승폭이 더욱 가파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에서 지난달 기준 강남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로또 평균 수령액과 같은 16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중위가격이란 모든 아파트를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 있는 집의 가격이다. 16억원대 아파트는 취득세만 5000만원이 넘는다.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추가로 목돈을 더 들이지 않으면 강남 아파트를 사긴 어려운 셈이다.

신축 단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크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를 매수하려면 로또에 두 번은 당첨돼야 한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매매가격이 30억원 선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 59㎡도 20억원 초중반을 호가한다.

서초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각각 14억3500만원과 11억4000만원으로 복권 수령금보다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지역도 신축 단지의 전셋값이 1등 실수령액과 비슷하거나 높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이달 15억~17억원선에 전세계약이 여럿 이뤄졌다.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같은 면적대 전셋값 또한 1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초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강남 아파트만의 얘기는 아니다. 강북 아파트값도 속속 로또 당첨금을 넘어서고 있다. 광화문과 여의도 등 주요 도심이 가까운 마포 일대에선 신축 단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신고가 경쟁 중이다. 그동안 마포 집값을 이끌던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매매가격은 15억5000만원 안팎이다. 다음달 집들이를 하는 대흥동 ‘신촌그랑자이’와 내년 입주 예정인 ‘마포프레스티지자이’ 같은 면적대 입주권은 나란히 16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달 들어선 대흥동 ‘신촌숲아이파크’가 16억95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일대 최고가를 썼다. 일반 아파트 가운데 강북 최고가 단지는 교남동 ‘경희궁자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7억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최근 1년 로또복권 당첨금 가운데 최고액은 48억7200만원이다. 지난해 6월 861회차 추첨에서 나왔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2차’ 한강변 전용 198㎡를 현금으로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같은 기간 최저 당첨금은 876회차 추첨에서 나온 10억900만원이다. 31일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신길동 ‘보라매SK뷰(신길5구역)’ 소형 면적대의 보류지 매각가격과 비슷하다. 보류지란 조합이 정비사업에 필요한 비용 등을 대기 위해 남겨뒀다가 판매하는 땅이나 건물을 말한다. 신길5구역 조합이 낸 공고에서 이 단지 전용 59㎡의 최저 매각가격은 11억원이었다.

주택가격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통계에서 이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216만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9억원 선을 넘겼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