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K] 더워도 안지워지는 K립스틱…동남아 여심 홀렸다

입력 2020-01-30 08:18
수정 2020-01-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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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인플루언서 티나 용이 최근 웨이크메이크 립스틱을 활용한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그가 사용한 립스틱은 웨이크메이크 루즈건 제로의 킬미 레드다. 티나 용(tina yong)은 18만5000명의 팔로우를 보유하고 있다.

표유미 올리브영 BM3팀 팀장(부장)은 지난 10일 서울 명동에서 진행한 한국 립스틱 상품 글로벌 유통 관련 인터뷰에서 "티나 본인이 웨이크메이크 립스틱을 따로 구매해 메이크업을 진행했다"며 "유명 인플루언서가 웨이크메이크 립스틱을 직접 사용했다는 점에서 저를 비롯한 내부 직원들이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표 팀장은 올리브영이 2015년 론칭한 PB(자체상표) 브랜드 웨이크메이크를 담당하고 있다. 웨이크메이크는 색조 브랜드로 립스틱 아이섀도우 아이라이너 등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웨이크메이크는 최근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싱가포르 가디언에 입점한 지 한 달 만에 색조 카테고리 부문 매출 7위를 기록했다.

표 팀장은 "가디언 MD가 첫 달 매출 실적이 7위를 기록해서 놀랐다는 반응을 전해왔다"며 "초기 메이크업 시연을 통해 브랜드를 잘 각인시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메이크업 관심 많은 동남아 여심 홀렸다

이처럼 싱가포르에서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으로는 색조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덕분이다. 표 팀장은 "싱가포르 가디언을 오픈할 당시, 팝업스토어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메이크업 시연도 진행했다"며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실구매로도 많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웨이크메이크는 싱가포르 가디언 매장 35개에 입점한 상태다. 웨이크메이크 루즈건 립스틱 20개 라인과 립페인트 아이섀도우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올리브영은 동남아 최대 유통기업 데어리팜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데어리팜은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1만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동남아 최대 유통기업이다.

특히, 웨이크메이크는 싱가포르를 동남아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 표 팀장은 "싱가포르는 동남아를 진출하기 위한 선진국형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싱가포르를 발판으로 삼아 다른 국가들로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앞서 웨이크메이크는 2018년 11월 대만에 진출, 현지 H&B스토어인 코스메드 59개 매장에 입점했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을 색조 제품에 있어 기회의 시장으로 보고 있어서다.

아직 동남아시아에선 자연주의 등 기초 제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표 팀장은 "일본 제품들이 워낙 인기가 많은 시장이고, 프랑스 제품과 같이 하이엔드(고급)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아직 현지 색조 브랜드는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제형 만큼은 우리가 먼저 선점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색조 화장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는 "동남아시아 여성들은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지만, 색조화장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웨이크메이크의 콘셉트가 '누구나 쉽게 전문적으로 메이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인 만큼, 색조화장법 등을 영상으로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더워도 안지워지는 루즈건 립스틱 '인기'

대만 싱가포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립스틱은 루즈건 제로 라인이다. 루즈건 제로는 끈적임 없는 매트한 제형이다. 입술에 부드럽게 발리고 지속력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표 팀장은 "루즈건 립스틱은 벨벳과 같은 질감의 텍스터로, 지속력이 좋다는 게 특징"이라며 "더운 날씨에도 발색이 유지된다는 점이 동남아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 웨이크메이크 립 제품을 모두 선보이진 않았다. 착색이 지속되는 제품은 현지에서 꺼려한다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만 시장에 들어가면서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며 "우리나라에선 일명 '타투 틴트'가 유행할 정도로 착색이 지속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동남아시아는 지워지지 않으면 유해한 성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표 팀장은 "웨이크메이크의 수분톡틴트는 국내에서 착색이 지속된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많았지만, 해외의 선호도를 감안해 동남아와 중국에 선보이지 않았다"며 "착색이 잘 안 되는 립스틱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런 점에 비춰 나라별로 웨이크메이크 루즈건 라인의 인기 색상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나라별로 인기를 끄는 립 제품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선 코랄(03 비 버닝)이나 오렌지(04 비비 오렌지)가 많이 나가고 있다. 표 팀장은 "일본은 동남아시아와 반대로 촉촉한 제형이 인기가 많다"며 "모이스처 타입의 립스틱들을 비롯해 발색은 약하지만 광택만 주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크메이크는 지난해 6월 일본 라쿠텐에도 입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입점 첫달과 비교해 매출은 177%나 증가했다. 이중 립스틱 매출 비중은 53%로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중국 티몰에선 메인 컬러인 킬미레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 마스크팩·기초 넘어…색조 강한 K뷰티로

앞으로 웨이크메이크는 중국과 싱가포르에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데어리팜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러브콜을 보내왔던 만큼, 앞으로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싱가포르에서 매장을 더 확대할 수도 있고, 하반기엔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명동 올리브영 본점을 통해 웨이크메이크 입점을 요청하는 해외 바이어들도 늘고 있다. 표 팀장은 "홍콩 쪽에서도 입점 요청이 왔었지만, 현지 이슈 때문에 홀딩이 돼 있는 상태"라며 "명동 본점에서 웨이크메이크 제품을 보고, 저희에게 직접 문의를 주는 바이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해외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엿보이는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웨이크메이크는 호텔신라·롯데면세점·신세계 면세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과 내국인 구매 비중은 55대45로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높은 편"이라며 "외국인 중에서도 중국이 41%로 가장 비중이 높고 일본인 대만 베트남 순으로, 매출 비중을 보면 해외 어느 곳에 집중해야 할 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올리브영 역직구몰에선 북미 고객 비중이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6월 열었던 역직구몰은 6개월 사이 매출이 140% 신장했다. 그는 "역직구 몰에선 동남아 외에 북미 고객들이 더 많은 편"이라며 "립스틱 매출 비중이 높지만, 북미 고객들은 의외로 파운데이션 컨실러 등 베이스 제품을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립스틱을 비롯해 아이섀도우와 같은 색조 제품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표 팀장은 "중국에서도 한류 메이크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어 티몰에선 섀도우 브로우 아이라이너 이런 쪽으로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색조 시장에 있어선 아직 K뷰티가 갈 길이 멀다는 게 표유미 팀장의 생각이다. 아직까지 해외에서 K뷰티는 마스크팩을 기반으로 한 기초 화장품 위주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표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해서 해외에 그대로 가지고 나가면 냉담한 반응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품 자체가 아니라 기술력 화장기술, 연출방법을 현지화하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외에서도 입소문이 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표 팀장은 강조했다. 실제로 루즈건 제로는 개발에도 공을 들인 제품이다. 그는 "연구원과 절친이 될 정도로 매일 논의했다"며 "혁신적인 제형을 구상하기 위해 제형 선정에만 6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표 팀장은 웨이크메이크의 신제품 출시 전 무조건 직접 사용해보는 게 철칙이다. 표 팀장은 "홑꺼플이여서 아이라이너가 잘 번지는데, 웨이크메이크의 아이라이너도 직접 그린 뒤 잠을 잔 뒤 지워지지 않았나 확인해봤다"며 "객관적으로 봐서 이 돈을 주고 내가 살 것인가를 꼭 고민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색조가 강한 K뷰티를 앞세우는 것이 목표다. 표유미 팀장은 "아직 K뷰티에서 색조는 갈 길이 멀지만, 웨이크메이크의 립스틱 외에도 글리터, 섀도우 쪽도 잘 나가고 있어 희망을 보고 있다"며 "립스틱 뒤를 이을 틴트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마르따거처럼 기술력을 갖춘 현지 브랜드도 있는 만큼, 중국 현지인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품질력을 앞세워 승부를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