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관리할 필요 없이 한 몸으로 작동하는 제품은 120년 세탁기 역사 중 처음입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사진)은 29일 서울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열린 '그랑데 AI'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 강점을 지닌 만큼 기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나가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세탁기가 만들어진 지 100년, 건조기는 80년이 넘었지만 진화하지 않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세제를 얼마나 넣어야 할지, 세탁기를 어떤 코스로 돌릴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출시된 그랑데 AI가 그러한 고민을 풀어줄 것이다. 어떤 (세탁) 코스를 선택해야 할지, 단추 하나만 누르거나 음성 명령만 하면 모든 것을 나를 위해 해주는 기계다운 기계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소비자의 사용 습관을 스스로 학습하고 맞춤형 세탁과 건조를 해주는 그랑데 AI를 선보였다. 두 제품을 모두 구매해 유선랜이나 와이파이로 연결하면 '올인원 컨트롤'을 통해 세탁기 컨트롤 패널로 건조기까지 조작할 수 있다. 세탁기·건조기 별도 구매도 가능하다.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국내 세탁기 시장에 대해 "많이 판매하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계속 출시하면 자연히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며 "그랑데 AI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세탁기와 건조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제품은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 온디바이스 AI(기기 자체에서 습득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AI)와 클라우드AI(외부 클라우드 데이터를 활용하는 AI)가 결합해 소비자의 사용 습관과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특정 세탁 코스를 선택하면 건조기는 알맞은 건조 코스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함께 탑재된 'AI 습관기억' 기능을 통해 세탁기와 건조기가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코스와 옵션을 기억해 우선순위로 제안하기도 한다. 세탁·건조 코스를 매번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빨래 무게와 오염 정도를 자동 감지하는 'AI 맞춤세탁'도 눈에 띈다. 세탁기가 빨래 무게를 감지해 알맞은 양의 세제를 자동으로 투입하고 센서가 오염 정도를 인식해 빨래를 진행한다. 시간, 전기, 물 등을 알아서 기기가 조절해 친환경적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가 출시할 '삼성갤럭시 홈 미니'와 연동해 제품을 음성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가령 "하이 빅스비, 세탁물을 30분 뒤에 찾을 수 있게 해줘"라고 말하면 건조기는 이 기간 세탁물이 구겨지거나 눅눅해지지 않도록 구김방지 기능을 자동 설정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에 이비인후과 의사까지 초청해 '위생'을 강조했다.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세탁기와 건조기는 제품 자체 기능도 중요하지만 내부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그랑데 AI에 탑재된) 열교환기 마이크로 안심필터는 건조기 위생관리에 제격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