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제조사 필립모리스가 KT&G의 전자담배 ‘릴’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기로 했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에 릴을 더해 궐련형 전자담배 상품을 다양화하고, KT&G는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KT&G와 필립모리스는 2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PMI는 KT&G로부터 공급받은 릴을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판매할 계획이다.
안드레 칼란트조풀로스 PMI 회장(오른쪽)은 “PMI가 아이코스로 ‘연기 없는 미래’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KT&G는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다양한 선택지를 만든 기업”이라며 “시너지를 위해 협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담배업계에서 경쟁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칼란트조풀로스 회장은 “PMI는 이번 협력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며 “KT&G는 아이코스와 겹치지 않는 제품군을 더 많이 갖추겠다는 PMI 전략에 꼭 필요한 최고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KT&G는 아이코스에 없는 릴 미니, 릴 베이퍼 등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다.
백복인 KT&G 사장은 “릴은 후발주자이지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세계에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경쟁력이 제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해외에 판매하는 전자담배 제품명에 릴과 아이코스의 브랜드명을 함께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사는 우선 3년간 제품을 판매키로 계약을 맺었다. 성과가 좋으면 장기 파트너십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PMI는 2015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내놓았다. 아이코스는 50여 개국에서 88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KT&G는 2017년 릴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 릴 하이브리드, 릴 플러스, 릴 미니, 액상형 전자담배인 릴 베이퍼 등을 잇따라 내놨다. 국내 시장 점유율(전용 담배 기준)은 아이코스가 60%, 릴이 30%대다. 아이코스가 진출한 국가 중 자체 기술력과 브랜드로 PMI를 추격한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