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우한 인근에 공장이 있는 둔 삼성전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생산공장 준공을 일시 중지해 큰 손실을 입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안, 텐진, 쑤저우 등에 반도체 및 가전공장을 둔 삼성전자는 국내 본사에 우한 폐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개상황과 생산시설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 중부 도시 우한과는 약 7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쑤저우는 삼성전자의 중국 '제조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1994년 중국 정부가 싱가포르 정부와 합작 개발한 경제특구인 쑤저우 공업원구에 대부분의 생산시설이 있다.
반도체를 제품에 사용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삼성전자 반도체 후공정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백색가전 공장 등이 대부분 이곳 쑤저우에 몰려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아직 임직원들에게 구체적 공지사항 등 공식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기간을 당초 오는 30일에서 다음달 2일로 늦춘 데다, 쑤저우시는 별도 공지를 통해 최소 2월8일까지는 모든 기업의 공사 및 업무 재개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쑤저우 정부의 조치로 현지에 근무하는 직원들 가운데 고향 등에 가 있는 직원들이 돌아와 공장을 정상 가동하는 시기는 2월10일경이나 돼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2003년 중국에서 사스가 발생하자 준공을 앞두고 있던 제2백색가전 공장 준공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쑤저우시 공업원구 안에 있는 이 공장은 당시 연간 10%씩 성장하던 중국 에어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현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건립됐다. 그러나 사스로 인해 준공이 연기되면서 중국 시장 내 에어컨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휴대폰 공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애니콜'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던 삼성전자는 사스로 중국 경기가 얼어붙어 그해 2분기 휴대폰 매출이 전분기 대비 10%나 줄었다.
사스는 당시 중국 남부 지역에서 발병한 뒤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해 37개국에서 8000여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의 사망자를 냈다. 우한 폐렴은 29일 0시 기준 중국 내 확진자만 6000명에 육박하고 132명이 사망한 것으로 중국 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