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코미카’ 수미 원장 “메이크업 아티스트 꿈꾸는 후배들, ‘마라톤’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길”

입력 2020-01-30 16:15


[이진주 기자] 꼭 중요한 날에 화장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가 있을 것. 이럴 때 가장 반갑고 고마운 존재가 바로 메이크업아티스트다. 꼼꼼한 케어는 기본, 저조한 컨디션까지 풀어준다면 받는 순간 단골 예약이다.

메이크업아티스트는 생각 이상으로 예민한 직업이다. 그런 이유로 성격이 까칠한 만큼 보이는 것도 많고 섬세할 수밖에 없다. 또 고객의 컨디션까지 파악하는 재주가 뛰어날수록 만족도도 비례하는 법. 푸근한 인상 속 숨은 까칠함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우뚝 설 수 있었다는 수미 원장. 이 길을 걸어온 지 스무해를 훌쩍 넘기고도 메이크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은 여전하다.

그는 동경 유학 당시 한 스승에게 배운 ‘기(氣), 사람 간의 기운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항상 되새기며 일하고 있다. 두 사람 이상 엮인 일이라면 마음과 마음이 통할수록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 일대일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메이크업아티스트에게는 더더욱 중요할 터. 일상에서 발견하는 감각들이 탄탄한 내공을 쌓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는 그는 훌륭한 메이크업 실력은 물론 재치 있는 입담으로 신랑신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Q. 본인 소개 부탁

“코코미카에서 현재 아나운서와 웨딩 메이크업을 맡고 있는 수미 원장이다. 전에는 스타들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보람도 컸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잦은 새벽 출근이 감당하기 어렵더라(웃음). 아나운서와 웨딩 메이크업만의 재미와 보람도 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

Q. 메이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엄마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미는 걸 좋아하셨다. 메이크업은 물론 네일, 마사지 등 곁에서 자연스레 접하다 보니 이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상경해서 관련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부모님을 설득해 메이크업 학원에 다녔고 동경으로 유학을 가서 미카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 오게 됐다”

Q. 어떤 스타들과 작업을 했나



“대표적으로 가수 박정현 씨와 다비치, 남녀공학 그리고 배우 정보석 씨와 최윤영 씨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다. 현빈 씨는 작업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최근 tvN ‘사랑의 불시착’을 보니 더 잘생겨졌더라(웃음). 유일하게 조혜련 씨는 아직도 작업하고 있다”

Q. 특별히 만족했던 작업이 있다면?

“가수 박정현 씨와 배우 최윤영 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현 씨는 무대 아래에서 생생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 윤영 씨는 사람 자체가 선할 뿐 아니라 세심한 배려에 여러 번 감동받았다. 지금까지 연락할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서로의 생일 때는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웃음)”

Q. 셀럽과 웨딩 메이크업의 차이

“연예인은 메이크업 시 단계가 많아지면 오히려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때문에 단계를 최소화할 뿐 아니라 제품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웨딩은 보통 일반인이 고객이기 때문에 얼굴 윤곽을 잡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줘야 한다. 안 바른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제품을 사용한다. 가끔 연예인 사진을 보여주며 드라마틱한 변화를 요청하실 때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하셔서 다행이다”

Q. 결혼식에서 우는 바람에 화장이 망가졌을 때 간단하게 수정할 수 있는 방법

“사실 많은 신부님이 상담하는 부분이다. 눈물로 눈 화장이 번질까 걱정하는데 워낙 좋은 제품들이 많아 번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눈보다는 눈물 자국으로 얼룩덜룩해지는 피부화장이 더 문제다. 수정이 힘들어서 가능한 울지 않는 게 좋지만 눈물은 어쩔 수 없는 걸 이해한다. 요즘에는 피부 화장을 파우더로 고정하지 않기 때문에 브러시나 쿠션으로 톡톡 잘 덧바르면 어느 정도는 수정이 가능하다”

Q. 하객들이 스스로 꾸밀 수 있는 메이크업 팁이 있다면?

“신랑신부뿐 아니라 하객분도 찾아온다. 특히 언니보다 일찍 결혼하는 동생이 있는 집은 어머니께서 언니도 시집을 보내야 하니 메이크업에 더욱 신경 써달라고 하신다(웃음). 예쁘고 선한 이미지를 위해 피부와 눈매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다. 단, 과하지 않게”

Q. 화장과 분장의 차이가 있다면?

“많이 다르다. 일본에서 연극 분장을 맡았다. 콧대와 광대의 윤곽을 살리거나 이중으로 아이 메이크업을 하는 등 당시 분장은 뭐든지 과했다. 그러나 요즘 무대를 보면 분장과 화장이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연극배우들도 깔끔하고 자연스럽게 분장하더라”

Q. 메이크업아티스트로서 하루 일과

“원장이 되면서 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 큰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직접 담당하지만, 보통은 여러 선생님과 업무 분담을 하며 공동 작업을 한다. 사실 근래 결혼해서 주부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웨딩 미팅 같은 외부 일정이 있지 않은 한 정시출근을 하면서 맡은 바에 충실히 하고 있다”

Q. 메이크업아티스트로서 본인의 강점

“아이라이너? 아이라인을 잘 그린다. 가수 박정현 씨를 모델로 한 아이라이너 광고를 담당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라이너로 눈매 교정을 잘한다. 고객님들 눈매만 봐도 어떤 라인이 가장 어울릴지 가늠이 가능한 정도(웃음)”

“고객맞춤 상담. 신부님의 컨디션, 즐겨하는 메이크업 스타일, 좋아하는 컬러에 대해 많은 얘기를 주고받는다. 톤을 고를 때도 신부님의 드레스 컬러까지 고려한다. 전체적인 느낌만을 듣고 바로 메이크업하게 되면 고객의 기대에 충족되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 컬러나 입자 크기를 참고할 수 있도록 직접 손등에 발라 보여드린다. 이를테면 붉은 빛의 코랄과 오렌지빛의 코랄처럼 여러 코랄 계열을 보여드리고 시작하면 항의도 덜하고 고객의 만족도도 높다. 또 눈썹에서부터 신뢰가 생기면 다음 단계는 믿고 맡겨주시더라”

Q. 직업병이나 고충이 있나

“허리도 튼튼하고 아픈 곳이 딱히 없다. 몸과 체력을 생각해 2년 동안 필라테스를 했고 지금은 미카 대표님과 줌바 댄스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웃음). 원장이 되기 전에는 장시간 서서 일하는 비중이 컸다. 그때는 밤에 다리가 아파서 근육통약을 먹기도 했지만 워낙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체질상 앉아서 하는 직업은 못 할 것 같다. (웃음)”

Q. 메이크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보습이다. 피부 관리보다 메이크업에 신경 쓰는 세태가 안타깝다. 단시간에 좋은 피부와 메이크업을 연출하기란 쉽지 않다. 깨끗한 클렌징은 물론 평소 스킨, 로션, 아이크림은 필수로 바르자. 아무리 좋은 고가 제품을 쓰더라도 가끔 쓴다면 효과를 볼 수 없다. 밀가루나 기름기를 배제한 식이도 중요하다”

Q. 뷰티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다. 트렌드 연구는 어떻게 하고 있나

“확실히 노력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만다. 유행이 잘 응축된 잡지를 보거나 백화점에 전시된 스타일링을 보며 영감을 얻는 편이다. 또 샵의 다른 선생님들의 메이크업을 참고하거나 올해의 컬러 메이크업을 연구한다”

Q. 2020년 주목할 만한 메이크업 트렌드

“웨딩 쪽에서는 쿨톤의 핑크나 라벤더 컬러가 대세인 것 같다. 쿨톤이라고 해서 모든 메이크업을 쿨톤으로 할 필요는 없다. 웜톤 계열의 제품을 살짝 섞어 메이크업하면 더 효과를 보기도 한다. 또 글리터가 다시 주목받더라. 전에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색도 다양하고 텍스처도 좋아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Q. ‘꾸안꾸’ 메이크업을 많이들 어려워한다.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여배우 메이크업’이랄까. 한 번에 많은 양을 덕지덕지 바르는 등 과욕은 금물이다. 베이스와 컨실러는 소량만 사용하는 것이 좋고 아이 메이크업 단계에서는 마스카라나 아이라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등 메이크업 단계를 생략하거나 조절해야 한다”

Q. 유튜브 같은 영상 콘텐츠 제작 계획은 없나

“코코미카 공식 홈페이지나 SNS에 아이라인 팁, 피부 관리 팁 등 짧은 영상들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나이 때문인지 영상 분야는 다루는 게 어렵더라. 조금 더 젊었더라면 콘텐츠에 대한 욕심으로 성형 생각도 했을 것(웃음). 영상을 촬영하는 것에 재미는 느끼지만 아직 큰 욕심은 없다”

Q.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보기엔 화려할 수 있지만 우리 직업이 생각보다 정말 힘들다. 같이 시작한 사람 중에도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몇 없다. 결코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이 직업을 희망한다면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으면. 잡일부터 시작해서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보수도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정말 하고 싶다면 꾸준한 게 중요하다”

“기분전환 겸 일상에서 발견하는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휴무에는 집에서만 보내지 말고, 밖에 나가 여러 활동을 해보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게 좋다. 색을 많이 봐야 하는 직업으로서 그런 소소한 활동들이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Q. 최종 목표

“지점 확장(웃음). 샵이 잘되면 나도 잘되는 일이기 때문에. 코코미카가 하루빨리 청담동에 다른 지점을 오픈했으면 좋겠다. 원장이자 관리자로서 미카 대표님을 조력해 내가 몸담은 샵이 자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샵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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