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 스마젠이 에이즈 백신의 미국 임상 2상에 나선다.
조중기 스마젠 대표(사진)는 “올 1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에이즈 백신 ‘SAV001’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해 올해 안에 임상 2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이 회사가 임상 2상을 시작하는 것은 2013년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완료한 지 7년 만이다.
스마젠은 바이러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강칠용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UWO) 의대 교수가 2000년 설립했다. 2001년 UWO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신 SAV001에 적용된 백신 기술의 전용실시권을 인수했다. 2005년 정보기술(IT)기업 큐로컴이 스마젠을 인수한 뒤 2008년 캐나다법인인 스마젠캐나다를 설립했다. 2012년 미국 4개 의료기관에서 33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큐로컴에 근무하던 조 대표는 2010년 스마젠 대표에 취임했다.
SAV001은 기존 에이즈백신 후보물질과 달리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전체를 이용한 것이다. 머크, 백스젠 등 다른 기업은 HIV에서 병원성을 가진 단백질 일부만을 선별해 백신을 개발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어떤 단백질이 에이즈를 유발하는 데 핵심적 기능을 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백신 개발에 실패했다.
스마젠은 임상 1상에서 SAV001이 체내에 에이즈 예방에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중화항체를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조 대표는 “HIV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적용해 병원성을 없애고 바이러스 생산성을 높였으며 화학적 처리와 방사선 처리를 통해 백신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며 “SAV001은 HIV 전체를 항원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백신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2상이 늦어진 데 대해 “바이러스를 원료로 다뤄야 하기 때문에 임상용 시료를 생산하는 데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생산시설이 필요했는데 그런 업체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물질을 생산하는 데도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다”고 설명했다.
스마젠은 최소 100명 이상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에이즈에 걸릴 위험이 큰 성매매 종사자, 동성애자 등은 에이즈 백신 수요가 크다”며 “피험자 모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매년 500만 명 이상이 HIV에 감염된다. 전체 감염자 약 4000만 명 중 95%가 개발도상국에 거주한다. 시장 규모는 250억달러(약 29조원)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