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SK도 전기차를 만들까

입력 2020-01-27 14:10
-배터리 기반 모빌리티 사업 충분

모빌리티 사업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이동이 필요한 사람 또는 물건을 '이동시켜주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자면 이동의 성격이 먼저 규정돼야 한다. 쉽게 보면 '어떤 이동 수단으로, 무엇을, 어떻게 이동시켜 줄 것인가'의 질문이 핵심이다. 따라서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굳이 구분하자면 이동 수단을 만드는 제조와 물건의 성격에 따라 이동을 시켜주는 물류, 그리고 인공지능 등이 포함된 방식으로 이동의 효율을 높이는 이동 경로 등으로 나눠진다.

그 가운데 스타트업 등이 손쉽게 진출 가능한 시장은 물류와 이동의 효율을 높이는 경로 분야다. 다시 말해 A에서 B까지 이동할 때 얼마나 편리하게 이동시킬 것인가를 고민했고, 결과물로 다양한 앱을 등장시켰다. 음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연결하고, 2륜 이동 수단으로 배달을 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또한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앱으로 주문하고 이동은 '화물'로 분류되는 이동 수단을 통해 주문자에게 전달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보니 '이동 사업'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기 마련이다. 이동이 필요한 물건의 종류와 용도, 기능에 따라 다양한 이동 방식이 만들어질 수 있고, 사람 또한 거리 및 용도에 따라 이동 수단과 이동 방식이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어서다. 가까운 마트를 갈 때와 멀리 공항을 갈 때, 또는 여행을 갈 때 선택되는 이동 수단과 방식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오랜 시간 이동 수단을 만들어왔던 곳은 대부분 대기업이다. 이동 수단을 제조한다는 것은 막대한 투자가 뒤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이동에 필요한 동력이 화석연료 기반의 내연기관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은 스타트업에게 일종의 장벽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이동 방식을 바꾸려 해도 이동 수단이 바뀌지 않는 한 접근은 불가능했다.

물론 이동 수단 제조 또한 세분화 돼 왔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곳과 이동 수단을 만드는 곳이 달랐고, 이동 수단 또한 내연기관으로 네 바퀴가 달린 자동차를 만드는 곳과 같은 내연기관으로 두 바퀴 이동 수단을 만드는 곳이 달랐다. 더불어 동일한 네 바퀴가 달렸어도 기능에 따라 농업용, 건설용도 제조사도 구분됐다. 시장 규모 면에서 '자동차'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대표 이동 수단으로 여기지만 내연기관, 바퀴, 조향 등의 기계적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현대차와 두산중공업, 대동공업 등은 각각 일반 승용차와 건설중장비, 농업용 기계를 만드는 곳이지만 공통점은 이들이 만드는 동력발생장치가 화석연료 기반의 내연기관이라는 사실이다. 차이가 있다면 용도일 뿐 기계적 본질은 같다는 뜻이다. 그러니 생각을 조금 바꾸면 현대차도 건설 및 농기계를 만들 수 있고, 대동공업이 자동차를 제조할 수 있으며, 두산중공업도 얼마든지 다른 기능의 이동 수단 제조에 나설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간 하지 않은 이유는 성공 가능성이 낮아서일 뿐 시장 환경이 변하면 얼마든지 진출은 열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동력발생장치로 내연기관의 힘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막강하고 글로벌을 지배하는 주력 에너지가 석유라는 점에서 내연기관이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기름을 전기로 바꾸려는 행보가 점차 뚜렷해진다는 점이다. 비록 속도가 늦어도 기름을 대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글로벌에 형성되고 있어서다. 그 결과 내연기관을 자동차의 심장으로 사용했던 이동 수단 제조사 또한 동력을 전기로 서서히 바꿔 가는 중이다. 이른바 '동력 전환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그러자 내연기관을 진입 장벽으로 여겼던 수많은 기업들이 꿈틀대고 있다. 다시 말해 '동력 전환 시대'가 이동 방식을 고민했던 기업에게 필요한 이동 수단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로 움직이다 전력으로 바뀌는 순간 이동 수단은 전자제품에 가까워지고, 이 경우 에너지 지배자는 기름이 아니라 전력이다. 그리고 전력은 내연기관의 연료탱크처럼 담을 수 있는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름 회사 또한 배터리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글로벌 석유기업인 BP가 이미 BEV를 제조, 온라인 쇼핑몰 공룡인 아마존에 제공한다는 점은 에너지 기업의 이동 수단 제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에너지 기업 뿐 아니라 전자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전기 동력 전환은 이들 또한 '이동' 사업 진출 가능성을 얼마든지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동 수단을 구입, 이동 사업(교통)을 하는 것이 현재까지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이동 수단 제조사가 직접 이동 사업(교통)을 하고, 이 때는 이동 수단 제조사가 시장의 주도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조 시설을 보유한 곳이라면 전기 동력 기반의 이동 수단 제조 쪽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배터리다.

그래서 SK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이가 많다. 2020 CES 현장에서 이미 '모빌리티'를 들고 나온 점도 미래에 이동 수단 제조를 염두에 둔 걸음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SK텔레콤이 내비게이션에 인공지능을 심어 이동 과정에서 에너지 낭비를 막는 것도 모빌리티 사업 가운데 하나인 만큼 배터리를 만드는 곳이라고 이동 수단 제조에 나서지 않을 이유도 없다. SK이노베이션이 내놓은 바스(BaaS) 개념도 결국은 이동 수단에 필요한 배터리 제공이 핵심이니 말이다. 다시 말해 배터리 중심의 전동화 시대를 만들기 위해 SK가 직접 이동 수단 제조에 나서는 것,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다가올 미래에 현대차의 경쟁자는 누가 될까? 삼성전자 또는 LG전자 등의 전자제품 기업일 수도 있지만 SK 등의 석유 기업도 충분히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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