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놓고 라가르드·므누신 설전…"경제활성화 이끌 것" vs "일자리가 우선"

입력 2020-01-25 11:21
수정 2020-01-25 11:23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경제 성장 달성법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기후 리스크 대응법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 정 반대 주장을 내놨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스위스 다보스에서 전날 폐막한 세계경제포럼에서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세금과 규제를 활용하고,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후 리스크 대응에 적극 나서는게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보다 건강한 세계 경제를 이룰 수 있다”며 “유럽에선 ECB가 오랫동안 놓쳐온 물가상승률 수치를 실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라가르드 총재가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그는 “나는 비현실적인 얘기로 스스로를 속이고 싶지 않다”며 “향후 30년간 기후 리스크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구체적이고 확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예상하는 것 부터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상대적으로 값이 싼 에너지를 활용해 경제 성장을 이루는게 녹색 기술에 대한 투자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각국은 향후 10~20년간 에너지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를 만들 수 없고, 성장도 못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다른 나라나 기관 대표자들과 경제적 관점이 다르다는 점을 포럼 진행 기간 내내 보여줬다”며 “이번 므누신 장관의 발언도 마찬가지 사례”라고 분석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 총회는 개최 50주년을 맞아 기후 리스크 대응 등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방안 모색을 주요 주제로 열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므누신 장관 등은 불확실한 기후 리스크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경제 활성화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이때문에 포럼에 참여한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트럼프 대통령, 므누신 장관 간 설전도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세계경제포럼은 종말 예언을 쏟아내는 비관주의자들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FT 등 주요 외신은 이를 기후 리스크를 경고하는 환경운동가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했다.

툰베리가 세계 각국이 화석 연료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툰베리의 요구를 일축했다.

므누신 장관은 “툰베리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에 돌아와서 (자신의 요구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 투자를 철회하는 이들은 투자가 중요한 경제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는 일자리가 걸려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툰베리는 “대학 경제학 학위가 없어도 기후 리스크 대응에 대한 필요성과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가 서로 모순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