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 깎아주는 미국, 더 걷는 한국…어디서 경제활력이 생기겠나

입력 2020-01-23 16:41
수정 2020-01-24 00:09
주요 선진국의 ‘감세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제 언론 인터뷰에서 “중산층 감세안을 마련 중이며, 90일 안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1월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7단계인 소득세율(10~37%) 과세구간을 3~4단계로 축소하고, 중산층 구간(소득 7만7400~16만5000달러) 세율을 22%에서 15%로 대폭 낮출 방침이다. 취임 후 법인세 인하(35%→21%)와 규제 철폐로 기업 유턴과 투자를 유도한 데 이어, 또 대규모 감세를 밀어붙일 태세다. 올해 3% 성장을 자신하는 배경이다.

이에 질세라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도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프랑스는 올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동시 인하해 102억유로(약 13조2000억원)의 세금을 깎아주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 31%에서 2022년 25%로 낮출 예정이다. 일본은 ‘기업 투자활성화를 통한 성장 지향’을 올해 정책방향으로 삼고 설비투자 공제 제도도 신설했다. 중국에선 지난해 2조위안(약 337조원)의 감세로 경기 추락을 방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활력을 위한 감세 경쟁이 한창인데 한국만 거꾸로 간다. 소득·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렸고, 공시가격(과표) 인상과 시가 반영률 상향으로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높여 해마다 ‘폭탄’을 안긴다. 집권여당은 ‘4·15 총선’ 이후 종부세율 인상도 예고했다. 누진율을 강화하고, 가상화폐와 주식 양도차익 과세 카드까지 만지작거린다. ‘보이지 않는 세금’인 4대 보험과 각종 부담금 등 준조세는 141조원(2018년)으로 법인세 세수의 두 배다. 경제주체들이 숨 쉴 틈이 없다.

세계 경기 회복세가 더뎌 각국이 감세, 규제완화, 양적완화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기업 활성화를 최선의 방책으로 삼은 것이다. 세금을 깎아주는 미국과 더 걷겠다는 한국의 경제상황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나홀로 증세’로 경제주체들을 쥐어짤 궁리만 해서는 경기회복이 더욱더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