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표 상생'…대한항공, 여행사에 日노선 수익금 나눈다

입력 2020-01-23 13:31
수정 2020-01-24 01:05
대한항공이 해외여행객 감소로 재정난에 처한 여행사들과 수익금을 공유하기로 했다. 국내 1위 항공사로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어려운 업계 상황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도에서다.

대한항공은 이달 28일부터 3월 31일까지 자사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여행사 800여 개를 대상으로 일본 노선 판매액의 3%(약 10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23일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여행사에 판매 수익을 공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의 ‘여행사 살리기’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최근 사내 회의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업계의 사정을 파악한 뒤 여행사와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항공업계 1위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여행사들을 지원하고 상생 경영의 철학을 구현하자는 취지다.

여행업계는 패키지 여행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데다 일본, 홍콩 등 노선의 항공권 판매 부진까지 겹치면서 타격을 입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지난달 해외여행 판매는 약 18만 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6% 감소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 2단계를 선언하고 안식년 대상 기준도 확대했다. 모두투어도 작년 말 영업과 마케팅 부서를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자사의 판매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해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여행 자제 운동의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 대한항공 영업이익(1179억원)은 전년 대비 70% 감소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