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삼영전자공업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직원에게 '성추행' 등의 징계사유를 뒤집어씌워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법원이 재차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추행을 폭로한 직원이 '회사의 강요로 그랬다'고 진술한 점과 해고절차도 적법하지 않았던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 (부장판사 노태악)는 23일 삼영전자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2017년 3월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부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해당 직원의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으며, 해고절차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지난 5월 1심과 같은 취지의 판결이다.
삼영전자 관리그룹 소속이던 A씨는 2016년 7월 노조를 설립했고, 같은달 12일 노조설립 신고증을 교부받았다. 삼영전자는 같은 날 A씨에게 성추행, 명예훼손, 모욕 등의 징계사유가 있으니 다음날 인사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고, 실제로 13일 인사위원회에서 A씨 해고를 의결했다. A씨의 해고는 같은달 21일 확정됐다. 회사는 삼영전자 직원이던 B씨가 'A씨가 강제추행과 모욕 등을 일삼았다'고 진술한 내용 등을 근거로 A씨를 해고했다. B씨는 A씨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수치심을 느낀 적 없고 사측의 강요로 고소가 이뤄졌다"며 3개월만에 고소를 취하했고 자진 퇴사했다. 검찰도 A씨 혐의 대부분을 무혐의 처분했고 일부만 약식기소했으나 이마저도 2018년 12월 무죄가 확정됐다. 지방·중앙노동위원회는 A씨의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판단했고 이에 불복한 삼영전자가 소송을 냈다.
이날 재판부는 "성추행, 성희롱 등의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 해고자가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도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 역시 "각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며 "서면으로 취업규칙 조문이나 단체협약을 나열한 것만으로는 해고자가 해고사유 등의 사정을 알 수 없으므로 해고 절차도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