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으로 항공권 구매를…항공업계에 부는 AI바람

입력 2020-01-26 09:00
“아시아나항공의 챗봇(채팅로봇) 서비스 ‘아론’입니다. 오늘부터 6개월 이내에 출발하는 항공편에 한해 최저가 운임 조회가 가능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카카오톡 채널에서 ‘챗봇 서비스’를 선택하니 인공지능(AI) 비서 ‘아론’이 항공권 구매에 필요한 정보를 물었다. 아론이 묻는 순서대로 탑승 날짜, 출발 도시, 탑승 클래스, 탑승 인원, 유·소아 동반 여부 등을 대답하니 해당 운항편의 최저가 운임을 알려줬다. 출·도착 시간이나 수하물 규정 등 간단한 정보도 아론과의 대화를 통해 손쉽게 알 수 있다.



항공업계에 AI 바람이 불고 있다. AI 챗봇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자체 AI 시스템으로 기상·운항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AI가 항공업계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26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총 49만2461명이 챗봇 아론을 통해 간단한 문의사항을 처리하거나 항공권을 구매했다. 1년 전보다 이용객이 3배 이상 늘었다. 아론은 2017년 이사아나항공의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자회사인 아시아나IDT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개발한 서비스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모바일 홈페이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등에서 한국어·영어·중국어로 실시간 문의가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에 운항하는 김포~제주, 김포~광주 등 국내선 임시편도 아론으로 예약·발권할 수 있다”고 말헀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도 지난해 구글의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로 항공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실행한 후 “진에어” 혹은 “진에어 알려줘”라고 말하면 된다. 항공편 출·도착 시간, 수하물 규정, 공항 및 기내 서비스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도 올해 상반기 챗봇 ‘대한이’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유지·보수나 실시간 운항 데이터 분석에서도 AI를 도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IBM의 AI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타이어 내구성과 부품의 마모 정도를 분석한다. 이 시스템 도입 후 유지 보수 시간을 90% 이상 단축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7월 AI 항공 정보 분석 시스템 ‘윈드-AI’를 개발했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기상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정확하게 분석해 운항 규정 위반 가능성을 낮췄다.

이달 AI를 주제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2020’에는 글로벌 항공사 델타항공이 항공업계 최초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델타항공은 자연재해 발생 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AI 머신러닝 기반 운항 시스템을 소개했다. 악천후나 화산 폭발이 발생했을 때 항공기 위치, 공항 상황, 승무원 규정 등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조종사와 승무원의 중요 사항 결정을 돕는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