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나혼자 쇤다"…늘어나는 혼설족·혼행족

입력 2020-01-23 15:09
수정 2020-01-24 10:01

서울의 한 증권사에 다니는 한모씨(29)는 이번 설 연휴(24~27일)에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고 혼자 보내기로 했다. 설 연휴에도 해외 증시는 개장하는 탓에 하루 출근을 하기 때문이다. 한씨는 “연휴가 짧아 고민 중이었는데 ‘명절 당직’에 당첨돼 올 설은 서울에서 혼자 보내기로 했다”며 “1박2일 서울 특급 호텔을 예약해놨다”고 말했다.

이번 설 연휴에 귀성해 가족들과 만나지 않고 홀로 보내는 ‘혼설족’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예년보다 연휴 기간이 짧아 해외여행 등 장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은 취업준비생들은 스터디 카페나 입시학원으로 향할 계획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 알바몬은 최근 성인 33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9.1%가 ‘설 연휴를 혼자 보내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설날에 가족 또는 친척 모임에 가지 않겠다는 응답률도 42.6%였다.

가족·친척 모임에 가지 않는 이유로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31.1%)이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 한씨처럼 당직을 서는 직장인들과 설 연휴에 영업하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알바생’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장난감 등 어린이 코너가 연휴 특수를 맞아 일하게 됐다’ ‘연휴를 맞아 놀면 뭐 하나 싶어서 대리운전을 할 계획’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가족과 친척들 잔소리에 명절이 스트레스가 되는 취업 준비생들은 연휴에 스터디를 만들어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다. 취업준비생인 A씨(24)는 “설 연휴에 문을 닫는 도서관들이 있어 스터디팀을 만들어 카페에서 함께 공부하기로 했다”며 “입시학원 등에서 마련하는 ‘명절대피소’도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피신하기 좋은 공간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파고다어학원은 설 연휴 기간에 강남, 종로, 신촌, 인천, 부산 서면 등 5개 지점에서 명절대피소를 운영하고 간식과 외국어 강의를 제공한다.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혼행족’과 혼자 호텔에서 연휴를 보내는 ‘호캉스족’ 등도 있다.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이 이달 23~28일 항공권과 호텔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항공권의 1인 예약 비중은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설을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기로 선택하는 젊은 층도 늘어나고 있다.

노유정/이주현/배태웅 기자 yjroh@hankyung.com